[사람과 이야기] 모든 걸 잃었던 40代 "밥 나르며 행복 느껴요"

마씨는 2003년까지만 해도 IT(정보기술) 기업의 잘 나가는 영업부장이었다. 수제비만으로 수개월 끼니를 때워야 했던 어린 시절을 보낸 그는 악착같이 일했다. 마씨는 "당시 연봉 5000만원이 넘어 남부럽지 않았다"며 "내가 다니던 회사가 여의도에 있었는데 국회의원을 봐도 '저 나이에 저것밖에 할 일이 없나'라며 세상 넓은 줄 몰랐다"고 했다. 하지만 IT버블이 가라앉았던 2003년 말부터 마씨에게 시련이 닥쳤다. 구조조정으로 명예퇴직을 당한 것이다. 마씨는 이듬해인 2004년 산업용 컴퓨터 제조회사를 차렸지만, 11개월 만에 회사가 망했다. 한 달간 찜질방을 전전하던 그는 '내려올 때는 정말 한순간이구나'라고 생각하며 자만했던 과거를 후회했다. 2005년 9월 이혼을 하며 인생의 아픔을 맛본 그는 필리핀에서 새 삶을 기획하려다 그곳에서 2번이나 자살을 시도했다.

"바닷속 40m쯤까지 들어가 산소 마스크를 벗어 던졌습니다. 정신이 혼미해지던 순간 누군가 날 끌어올리더군요. 죽기도 힘들다는 생각에 자살을 포기했습니다."

자살마저 실패한 2007년 봄, 그는 귀국했다. 더 이상 잃을 것 없는 마씨였다. 삶의 목표를 잃어버린 마씨에게 고등학교 동창이 노숙인 쉼터 일을 제안했다. "어차피 죽으려 했던 몸, 덤으로 사는 인생이니 좋은 일 한번 해보자. 나도 어린 시절 가난을 겪으며 힘든 생활 하지 않았나." 그렇게 노숙인 쉼터 일을 시작했다. '북아현 사랑방'에서 노숙인들과 함께 생활하던 마씨는 자신의 아픈 과거를 노숙인들에게 털어놓았고 노숙인들은 "어렵게 살았네"라며 마씨를 부둥켜안고 같이 울기도 했다고 한다. "이따금 술 취한 노숙인들 싸움을 말리다 잘못 맞아 이가 흔들리고 입술이 터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새로 사는 삶이라고 생각하니 그리 기분 나쁘지 않더군요. 전 지금 가장 행복한 사람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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