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기사' 이창호의 부진이 깊어지고 있다. 이날 대국으로 결혼 후 첫 승점을 올려 슬럼프 탈출에 나설 것으로 기대되던 이창호는 왕야오에 패함으로써 최근 4연패를 기록했다. 9월 이후 두 달 남짓한 기간 동안 5승 11패다. 그 바람에 올해 전적은 39승 30패(승률 56.5%)가 됐고, 11월 랭킹은 6위까지 떨어졌다. 승률과 랭킹 모두 생애 최악의 기록이다.
중기적으론 국제대회 부진의 고리를 이번에도 끊지 못했다. 이창호는 과거 90년대에 12개 국제대회 연속 제패 등 맹위를 떨쳤으나 2005년 이후 9연속 준우승(마이너급인 중환배 제외)만 계속 중이다. 이번 LG배를 통해 세계 정상에 복귀할 것이란 팬들의 기대도 다시 무너졌다.
이창호의 최근 부진 이유는 명확하지 않다. 이번 대회를 치르기 위해 상하이로 향하던 비행기 안에서 기자가 몸 상태를 물었을 때 이창호의 답변은 "전혀 이상 없습니다"였다. 도착 후에도 식사를 거르지 않고 챙겨 들었다는 게 한국기원 관계자의 전언이다. 시종 표정도 밝았다.
이창호의 한 살 아래 동생 이영호씨는 "형이 결혼식 준비로 인해 많이 피로했던 것으로 보인다. 많은 준비를 처가 쪽에 의존한 것을 미안해했다. 다른 악재는 없으므로 곧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에서 거주 중인 그는 8강전이 열린 8일 상하이에 도착, 점심식사를 함께 하는 등 형을 '그림자 수행'하며 세심히 보살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