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LG배 세계기왕전] 따로국밥

〈제2보〉(17~27)=최철한 하면 떠오르는 일화 중 하나가 2004년 제15기 기성전 도전기 때의 '링거 대국'이다. 당시 결전을 앞두고 최철한은 식중독으로 복통에 시달리고 있었다. 대국 당일 그를 진료한 의사는 도저히 대국할 몸이 아니라며 기권을 권유했다. 하지만 최철한은 탈진 상태에서도 링거를 맞은 뒤 대국을 강행했고, 그날의 승리로 기성을 탈취했다. 상대는 당대의 일인자 이창호. 조치훈의 '휠체어 대국'과 견줄 수는 없겠지만 최철한의 투지와 근성을 엿보게 하는 사건이었다.

18까지 좌하귀가 알토란 같은 집으로 굳어졌다. 최철한은 19로 꾹 참으며 힘을 비축한다. 19로는 참고도 1도 생각할 수 있었다. 흑은 동체(胴體)가 분리된 채 '따로국밥'으로 수습하고, 백은 8로 여러 수단을 노리게 된다. 실전과는 전혀 다른 한 판이며 이 진행도 난해하다.

백20은 예정된 수로 23까지는 내친걸음. 이 장면이 백으로선 첫 번째 기로였다. 24로 25의 빈삼각 이음은 흑 24가 아프다. 그렇다고 27로 이어 26의 단점을 흑에 내줄 수도 없다. 24는 결국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던 셈. 25, 27의 절단은 당연하다. 기어이 초반부터 흑백 쌍방의 돌들이 다닥다닥 붙어 함께 뒹구는 진흙탕 육탄전을 피할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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