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D-2… 광저우가 부른다!] '역도 그랜드슬램' 벼르는 장미란… "이번엔 中 멍수핑(孟蘇平)한테 본때 보여줘야죠"

"아시안게임이든 세계선수권이든 다 같아요. 언제나 최선을 다하는 거죠." 장미란(27·고양시청)이 어렵게 입을 열었다. 태릉선수촌에서 막바지 훈련 중인 장미란은 "그냥 못 본 척 해주는 게 제일 좋은데…"라고 했다.

2005년부터 세계선수권을 4연패하고 2008 베이징올림픽 금메달까지 따낸 그는 '역사(歷史)적인 역사(力士)'였다. 그런데 최근 고민이 부쩍 늘었다. 9월 세계선수권에서 동메달에 그친 데다 아시안게임의 전망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올림픽 챔피언인데 아시안게임 금메달은 당연하지'라는 주변의 기대가 가장 부담스럽다. 장미란은 아시안게임에 두 번 출전해 모두 은메달에 그쳤다. 2002년 탕공홍, 2006년 무솽솽 등 중국 선수에게 금메달을 내줬다.

광저우에선 멍수핑(孟蘇平·21)과 금메달을 놓고 맞붙는다. 멍수핑과의 역대 전적은 1승1패다. 2009년 세계선수권은 싱거운 승부였다. 장미란은 합계 323㎏으로 금메달을 땄고 멍수핑은 30㎏ 가까이 뒤처진 기록으로 3위(합계 296㎏)에 그쳤다.

그런 멍수핑이 1년 만에 '라이벌'로 급성장했다. 9월 세계선수권 때 멍수핑은 합계 310㎏으로 장미란(309㎏)을 제치고 2위에 올랐다. 김기웅 감독은 "무섭게 기량이 올라오고 있다. 중국 홈 경기여서 더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장미란이 광저우에서 어떤 성적을 내느냐는 2012년 런던올림픽 판도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중국은 여자 역도 최강국이면서도 베이징올림픽 때 최중량급에 선수를 출전시키지 않았다. 의도적으로 '세계 최강' 장미란이 있는 체급을 피한 것이다. 그러나 최중량급은 역도의 가장 상징적인 체급이다. 장미란이 광저우에서 '본때'를 보여주지 못하면,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는 중국의 집중 견제를 피하기 어렵다.

장미란은 용상(187㎏)·합계(326㎏) 세계기록 보유자다. 기록만 따지면 멍수핑과 경쟁자로 묶이는 게 자존심 상하지만 최근 부진에 '2012올림픽을 위해 아시안게임을 포기하고 재활하는 게 낫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장미란은 "나가기 싫은 대회에 출전하는 게 아니다. 메달 색깔보다 내가 할 수 있는 최고기록을 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체력이 조금씩 떨어지는 느낌이지만 그간의 경험으로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세계선수권 부진의 원인이던 허리 통증도 사라졌다. 장미란은 "몸 상태가 많이 좋아졌다"며 씩 웃었다. 장미란이 광저우에서 금메달을 따면 올림픽, 세계선수권, 아시아선수권 우승을 더해 '역도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