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물(SBS 드라마) 하도야 검사 때문에 검찰의 기가 살았다"

[찬반토론] 검찰의 압수수색, 과잉 vs. 소신

"'대물' 때문에 검찰이 저렇게 기가 산 거다."

청목회 입법로비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여야 의원 11명에 대해 압수수색을 하면서 정치권이 흉흉한 가운데 민주당 관계자들은 SBS의 인기 드라마 '대물'을 도마 위에 올리고 있다. 검찰의 압수수색이 "국회를 유린하는 폭거"(손학규 대표)임에도 여론이 정치권에 유리하지 않은 주요 원인이 바로 이 드라마 때문이라고 하소연하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은 "'대물'에 나오는 하도야 검사는 정의롭기만 하고, 정치인들은 하 검사의 수사를 훼방 놓는 극악무도한 무리로 나온다"며 "시청률이 20%가 넘는 드라마가 검찰은 '선', 정치를 '악'이라고 하니 국민이 검찰의 압수수색에 박수 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실제 '대물'에서는 불법 정치자금을 조성한 여당 대표를 수사하는 검사를 정치권이 성매수와 뇌물수수 누명을 씌워 면직시킨다. 검찰의 청목회 수사도 정치자금을 겨냥하고 있어 "검찰의 압수수색은 하 검사가 조 대표를 수사하는 것처럼 통쾌한 것이 된다"(한 당직자)는 것이다. 민주당의 한 수도권 의원은 "검찰은 지나치게 미화하고 정치인은 매도하는 것 같아서 가족들에게 '너무 비현실적이니까 보지 말라'고 했더니, 오히려 '정치인들이 문제가 있는 것 같다'는 답이 돌아와 황당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의 한 의원도 "최근 딸과 함께 대물을 보다가 '정치인이 저 정도는 아니다'라고 했더니 '아빠 그걸 누가 알아'라고 해 더 이상 말을 못했다"고 했다.

대물의 시청률이 고공행진을 계속하면서 여야 대권주자들도 이 드라마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남성정치인들 가운데는 "왜 이렇게 여성 정치인만 띄우나" "여자 주인공인 서혜림 의원만 깨끗하고 남성 정치인들은 다 부패했다는 거냐"는 불만을 토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드라마 제작진에 불만을 직접 전달한 측도 있다는 말까지 돌고 있다.

민주당의 한 핵심 관계자는 "아무리 가공의 이야기라고 해도 시청률이 25%가 넘는 인기 드라마라면 국민에게 무시 못할 영향을 끼친다"며 "다들 태연한 척하면서도 신경이 곤두서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