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최후의 王朝, 그 榮華가 오롯이…

화려했지만 비극적으로 막을 내린 베트남 마지막 왕조의 보물들이 한국에 왔다. 국립고궁박물관(관장 정종수)은 베트남 전 국토를 통합한 최초의 왕조이자 마지막 봉건왕조인 응우옌(阮) 왕조(1802~1945)의 유물을 소개하는 《베트남 마지막 황실의 보물》 특별전을 9일 개막했다. 베트남 후에궁정박물관이 소장한 응우옌 황실 유물 81건 165점을 선보인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붉은 바탕에 금칠로 화려하게 장식한 19세기 황태자 보좌(寶座)가 먼저 시선을 붙든다. 등받이 위쪽에는 화염에 둘러싸인 태양과 향로 모양의 '수(壽)자' 문양이 새겨져 있고, 양쪽 팔걸이에는 여의주를 입에 문 용을 투조했다. 의자의 아랫부분 둘레에는 사자·봉황 문양이 가득하며 다리는 용의 얼굴로 장식했다. 5마리의 오조룡(五爪龍)을 금실로 수놓은 황태자 용포(龍袍), 봉황문을 화려하게 수놓은 황후의 대례복(大禮服), 높은 나무 굽을 댄 황후의 신발 등은 황실의 생활문화를 엿보게 한다.

금칠한 나뭇가지에 옥과 산호로 만든 꽃을 달아 정교하게 장식한 분재 화분형 장식은 응우옌 황실 전각의 내부를 꾸몄던 유물이다. 이 분재 장식은 표현 방식 그대로 '금지옥엽(金枝玉葉)'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푸른색 유약 바탕에 꽃무늬를 화려하게 넣은 법랑 향로, 신실(神室)의 제례용으로 사용되던 제기(祭器) 등 동아시아 국가에 공통되는 유교 문화 관련 유물들도 전시됐다.

응우옌 왕조는 베트남 중부지역인 후에에 왕도를 건설하고 참파왕국이 있던 남부까지 점령해 베트남 역사상 가장 큰 영토를 이루었다. 왕조의 최전성기에는 국호를 '비엣남(越南)'에서 '다이남(大南)'으로 바꾸고 중국 청나라와 대등한 황제국임을 자부했다. 그러나 19세기 중반 이후 서양 제국주의의 침략으로 식민화되면서 왕조의 운명도 점차 쇠락해 1945년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전시된 유물들은 2층 기획전시실에서 볼 수 있으며, 1층 정보검색실에서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황성(皇城)과 황릉 등 후에의 역사유적지를 3D 입체 영상물 등으로 소개한다. 정종수 관장은 "베트남은 유교와 한자문화를 우리와 공유했을 뿐 아니라 식민지배와 전쟁, 분단 등 아픈 근현대사를 경험했다는 점에서 한국과 역사·문화적 유대감이 깊다"고 말했다.

18일과 12월 16일 오후 2시에는 박물관 강당에서 특별강연회가 열린다. 전시는 내년 2월 6일까지. (02)3701-76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