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싸한 감꽃 향기에 취해볼까

탱글탱글 감이 영글 무렵 작가는 매번 전시를 준비한다. 그에게 감은 타임머신이자 감성의 촉매다. 감을 통해 할머니와 뒷동산에 올라 감을 따던 유년으로 돌아가 감성을 충전한다. 감이 익을 11월 즈음 감을 모티브로 한 작품들을 전시해온 서도식 서울대 미대 교수가 올해도 알싸한 감꽃 향기 가득한 전시회를 연다. 10일부터 23일까지 서울 종로구 견지동 목인박물관 갤러리에서 열리는 'Combine craft' 전(展)이다.

이종(異種)의 결합(combine)이 눈에 띈다. 움푹 팬 그릇 중심에 감 꼭지가 달려 있고<사진>, 호롱불로 변한 감도 있다. 일상의 위트를 버무린 작품은 비단 이뿐만이 아니다. 스푼과 포크가 은접시에 녹아 있다. 돋을새김 기법으로 쟁반의 뒷부분을 망치로 두드려 사물이 얹혀 있는 듯한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평범한 사물을 생경하게 다시 보려는 작가의 시도다. 이종 결합은 소재에서도 이어진다. 그동안 날것 그대로의 금속을 매만지는 작업을 주로 해왔던 작가가 이번에는 금속에 투박한 옻칠을 접목한 새 기법을 시도했다. 지(紙) 공예에서 주로 하는 방식대로 종이끈을 금속에 감고 그 위에 옻칠을 했다. 매끈했던 금속에 결이 생기고 색이 더해졌다. 덕분에 금속의 쨍한 차가움이 가시고 따뜻한 금속이 탄생했다. 그의 모티브인 감도 주홍을 만나 생동감을 얻었다. 서 교수는 "옻칠은 휘황찬란하지는 않지만 금속의 단조로운 표정을 바꿀 수 있는 유용한 기법이라 새롭게 시도하게 됐다"고 말했다. 문의(02)722-50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