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현대건설 본입찰 D-5… 막판 수싸움 치열

현대건설 매각 본입찰 마감(15일)을 5일 앞두고, 현대차그룹과 현대그룹의 막판 수싸움이 치열하다. 자금력으로 따지면 현대차그룹이 우위에 있다는 게 시장의 분석이다. 현대차그룹의 미래성장 동력으로 왜 현대건설이 필요한지에 대한 구체적인 이유도 드러나고 있다. 반면 현대그룹은 계열사를 총동원, 인수자금 확보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현대차그룹, "경제 논리로 결정해야 한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 3사를 주력으로 인수 컨소시엄을 형성할 예정이다. 3사가 단기간에 현금화할 수 있는 돈(현금성 자산 및 단기금융상품)만 10조7000억원에 달한다. 현대차의 경우 연결실적 기준으로 올해만 약 6조원의 현금이 더 들어올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는 현대건설 인수 이후 2020년까지 기업 규모를 현재의 5배 이상으로 늘려 매출 55조원의 기업으로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발표했다. 기존의 자동차·철강에 이어 건설(종합엔지니어링)을 새로운 성장축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현대건설 인수를 철저히 경제논리로 접근하겠다는 얘기다.

현대차 고위임원은 "이번 인수전 참여는 현대차그룹이 신흥국의 성장, 전기차 등 친환경차, 지능형교통시스템(ITS) 교통 관련 인프라 건설 등 미래 자동차 시장에 대비한 장기발전 계획으로 추진됐다"고 말했다.

그는 "현대건설의 원전 시공 능력을 토대로 신흥국에 전기인프라와 전기차를 세트로 수출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결국 현대건설을 인수하면, 현대차그룹이 한층 더 발전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것은 물론, 현대건설도 지금보다 훨씬 더 성장할 것이라는 것이다.

◆현대그룹 "인수 정통성"이 중요

현대그룹은 경제논리보다는 '명분'을 강조하고 있다. 신문과 방송을 통해 연이어 내보내고 있는 광고도 경제논리보다는 '감성'에 호소하고 있다. 현대그룹은 '아버지의 모든 것, 아들의 모든 것'이라는 내용의 TV 광고를 통해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이 고 정몽헌 회장에게 현대건설을 물려줬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현대그룹의 이 같은 '감성 전략'이 현대차에 비해 자금력이 떨어진다는 점을 보완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하지만 현대차를 집중적으로 공격하는 광고 전략이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으며 현대차 감정만 상하게 했다는 비판론도 나오고 있다. 현대그룹은 여러 계열사를 동원해 자금을 확보하고 있다. 지난달 22일 주력 계열사인 현대상선이 45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 8일 현대엘리베이터가 기업어음(800억원)과 회사채(1000억원)를 발행하는 등 보름 남짓한 기간에 2조2046억원을 확보했다.

현대그룹측은 이 중 상당 부분은 '운영자금' 마련을 위해 조달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현대건설 인수와 직·간접적으로 연관이 있다고 보고 있다.

◆채권단, '승자의 저주' 막을 장치 심각하게 고민해야

채권단은 현대건설 매각에서 가격 요소에 가장 큰 비중을 둘 예정이다. 따라서 인수가격이 높아져 입찰자가 무리해서 높은 가격을 써낼 경우 '승자의 저주'에 빠질 것이라는 얘기도 끊이지 않고 있다. 승자의 저주란 너무 높은 가격으로 회사를 인수, 인수한 기업이나 인수당한 기업 모두 부실해지는 상황을 말한다. 현대건설 인수 적정 가격인 3조5000억~4조원보다 인수가가 크게 치솟을 경우, 어느 기업이 인수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해당 기업의 기업가치가 손상되는 등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

LIG투자증권 안수웅 리서치센터장은 "대우건설 인수건 등 최근의 사례를 고려하면 인수가격이 너무 높게 올라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한다.

즉 인수 조건으로 현대건설의 미래 성장을 담보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