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KET & MONEY] 외국인 매물 폭탄… 코스피 53p 급락

11일 코스피지수가 외국인의 매물로 인해 급락했다. 흔치 않은 하락폭에 시장 관계자들이 한동안 어리둥절할 정도였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53.12포인트(2.70%) 내린 1914.73에 마감했다. 이는 지난 2009년 11월 27일 75.02포인트 하락한 이후 최대 하락폭이다.

 이처럼 지수가 큰 폭으로 하락한 것은 장 막판 외국인에 의한 프로그램 매도 물량이 대거 쏟아졌기 때문이다. 컴퓨터를 이용한 '프로그램 매매'는 주로 금융회사나 외국인 투자자가 이용하는데, 선물시장 등 파생상품 시장과 연결된 매매가 많다. 이런 프로그램 매매를 하다 보면 투자자의 의사와 상관없이 주식을 계속 사들이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일부 외국인이 이렇게 사들인 물량이 너무 커져 부담스러워지자 일시에 팔아치워 버린 것으로 증권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이날 프로그램 차익거래 순매도 규모는 1조8036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외국인 순매도 규모만 1조3099억원에 달해 프로그램 차익물량 대부분이 외국인에 의한 것임을 짐작케 했다. 증권업계에서는 도이치증권 창구에서 1조5000억원가량의 매물이 쏟아진 것으로 파악했다.

이날 외국인은 그동안 상승폭이 컸던 전기전자와 금융, 운송장비 업종을 주로 팔았다. 삼성전자의 경우 도이치증권 창구로 47만주가 넘는 매도 주문이 나왔고 하이닉스 역시 174만주가 도이치증권을 통해 팔린 것으로 집계됐다.

다만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이날의 외국인 매도가 '단발성'이라고 보고 있다. 말 그대로 오랫동안 쌓아놓은 채 '언제 팔까'하고 눈치를 보던 매물이 이날 한 번에 쏟아졌을 뿐이며, 한국 증시 전망이 비관적이기 때문에 주식을 판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마침 외국인 입장에선 주가 상승과 환율 하락에 따른 차익을 한꺼번에 올릴 수 있는 시점이기도 했다.

최창규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환율이 1200원대에서 1100원대로 내려간 데다 주식에서도 수익이 발생한 상황이라 과감한 청산에 나설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이승재 대신증권 연구위원은 "부담이었던 물량을 모두 팔아치운 만큼 향후 증시에는 나쁠 것이 없다"고 평가했다. 도이치증권 이외의 창구를 이용한 외국인들은 이날 3000억원에 이르른 순매수를 기록했다. 이날 별다른 악재가 없었던 일본과 중국 증시는 상승세를 기록했고, 대만 증시는 소폭 내리는 등 인근 아시아 증시는 평온을 유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