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정책 만드는 건 고집이 아닌 소통"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재임 당시 펼친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일방주의적 정책을 떠올린다면 '싱크탱크(두뇌 집단)'의 중요성을 알 수 있을 겁니다."

미국의 민주당 성향 싱크탱크인 '루스벨트 재단'의 앤드루 리치(Rich·48) 회장은 11일 서울 팔레스호텔에서 가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자기주장만 고집하지 말고 활발한 토론을 거쳐 도출된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싱크탱크의 역할을 강조했다.

이날 인터뷰에는 시각장애 한인으로 백악관 국가장애위원회 정책차관보를 역임한 강영우(66) 박사가 동석했다. 리치 회장은 루스벨트 재단 고문인 강 박사의 초청으로 10일 나흘 일정으로 방한했다.

그는 "정당이 주요 정책을 만드는 한국과 달리, 미국은 비정부기구(NGO) 성격의 싱크탱크가 공공정책에 대한 아이디어를 활발하게 제공한다"며 "갈수록 복잡해지는 21세기에는 어느 국가에서든 이런 싱크탱크의 역할과 비중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했다.

세계 금융위기 직후인 작년 1월 재단 회장을 맡은 그는 이후 2년 가까이 오바마 행정부가 추진하는 금융·재정정책의 '두뇌' 역할을 맡는 데 주력해왔다. 또 세계 100여 대학의 학생 9000명을 네트워킹해서 글로벌 정치·경제질서에 대한 견해와 각종 정책 아이디어를 나누는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리치 회장은 미국의 다른 싱크탱크와 비교한 루스벨트 재단만의 특징으로 인권·장애인 분야 활동을 꼽았다. "우리 재단은 학문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다른 단체와 크게 다릅니다. 소아마비를 앓았던 루스벨트 대통령의 정신을 이어받은 재단인 만큼 인권·장애인 분야에 대한 열정이 남다릅니다. 특히 강영우 박사가 재단에서 장애인 관련 업무의 원동력이 되고 있어요."

강 박사는 루스벨트 재단과 한국을 맺어준 인물이다. 그는 1996년부터 루스벨트 재단이 매년 시상하고 있는 '국제 장애인상'의 산파 역할을 했다. 장애인 정책에서 주목할 만한 진전을 보인 국가에 대해 수여하는 상이다. 한국이 첫 수상 국가였다. 한국은 이듬해인 1997년부터 매년 4월 20일 '장애인의 날'에 장애극복상을 수여하고 있다.

강 박사는 "한국은 루스벨트 재단으로부터 국제 장애인상을 받은 뒤 정부 안에 장애인 관련 부서를 늘리고 장애인 정책 5개년 계획을 세우는 등 큰 진전을 이뤘다"고 말했다. 리치 회장과 강 박사는 12일 오전 국회 도서관에서 의원들을 상대로 '싱크탱크란 무엇인가'에 관해 강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