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 중시하는 여성의 힘. 세계 무대서 발휘해 주세요"

11일 오후 3시 서울 이화여대 음악대학 김영의홀에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에 대한 명예 정치학박사학위 수여식이 열렸다. 음대 입구 계단엔 레드카펫이 깔렸고, 건물 앞은 행사 시작 한 시간 전부터 메르켈 총리를 보기 위해 몰려든 학생 300여명이 100m나 줄지어 늘어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10년간 독일에서 살았다는 최유리(20·경영학과 1년)씨는 "메르켈 총리를 바로 앞에서 보게 된다니 설렌다"고 했다.

검은색 이화여대 박사학위복을 입은 메르켈 총리가 등장하자 김영의홀 1·2층 곳곳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메르켈 총리는 손을 흔들며 환한 미소로 답했다. 김선욱 이화여대 총장이 메르켈 총리에게 이대 정치학박사학위를 상징하는 짙은 파란색 후드를 어깨에 둘러주자 박수 소리가 가득 찼다.

메르켈 총리는 연설에서 "여대에서 뜻깊은 학위를 받아서 더 기쁘다"며 "앞으로 더 많은 여성이 고급 교육을 받고 G20 회의 같은 세계무대에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고 했다. 또 이화여대 학생들에게 "세계 도처에서 협동과 공동체를 중시하는 여성적 가치를 전파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메르켈 총리는 "한국과 독일은 경제성장과 민족분단 등 많은 공통점을 가진 나라로 다양한 분야에서 서로의 경험과 노하우를 나누며 함께 성장하길 바란다"며 "나도 1990년까지 동독에 살며 고통스러운 분단의 현실을 경험했기에 한국 상황에 누구보다 공감한다"고 했다.

행사 후 총리는 리셉션장으로 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면담했다. 독일에서 온 교환학생 제바스티안 네스틀러(Nestler·20)씨는 작은 독일 국기를 흔들며 "여성권리에 대한 메르켈 총리의 얘기에 감명받았다"고 했다. 오연주(25·국제대학원)씨는 "독일 첫 여성 총리인 메르켈은 정말 멋있다"며 "그와 같은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도 여성 리더가 되고 싶은 내 꿈이 이뤄질 것 같은 감동적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