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김형석의 후아유] 배우 송옥숙 30년 연기의 가장 큰 자산은 '거침없는 자신감'
입력 : 2010.11.13 03:02
"이젠 연기가 점점 두려워요." 올해로 연기 경력 30년이 된 베테랑 배우 송옥숙(50). 그 어떤 역할도 해낼 것 같은, 자신의 얼굴을 잃지 않은 채 여러 개의 얼굴로 변할 줄 아는 연기자가 두렵다고 했다. "내 연기가 머물러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연기를 하고 나면 불안해요. 이제야 철이 들었나 봐요. 예전엔 내가 세상에서 제일 연기 잘한다고 생각했었는데.(웃음)"
'30년'이라는 시간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화면에 비치는 내 모습을 보면서 문득문득 세월을 느낄 뿐이죠." 여전히 '진행형'일 뿐이라 생각하는 그녀이기 때문이다.
40대 이상이라면 송옥숙을 처음 만난 그 순간을 기억할 것이다. '베스트셀러극장'의 '낙지 같은 여자'(1984)를 기억할 것이고, 이덕화와 함께 쇼 프로그램 사회를 보던 MC를 기억할 것이며, 그때 통역 없이 외국의 뮤지션과 유창하게 영어로 대화하던 것을 기억할 것이다.
좀 더 더듬어 본다면 FM 라디오의 심야 DJ였고, TV 아침 프로그램의 리포터였던 송옥숙을 기억할 수도 있을 것이다. 박철수 감독의 '에미'(1985)에서 퇴폐적으로 담배를 피우던 포주 역의 그녀를 잊지 못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사이코 드라마 '당신'(1985)의 의사도 그녀였고, 창극 뮤지컬 '봄봄'(1985)의 들병이도 그녀였다.
요즘 같은 '전천후 엔터테이너'라는 개념이 성립되지 않았던 1980년대 송옥숙은 독보적인 존재였다. "정해진 틀에 갇히기엔 재능이 많았어요"라며 웃는 그녀에게 배우라는 직업은 처음엔 운명이 아니었다. 학교연극반 활동을 하며 청소년연극제에서 매년 수상했지만 원하던 학교는 연극과는 상관없는 곳이었다. 하지만 수학 점수 때문에 자신이 없었다. 담임교사가 "연극영화과에 간 후 공부를 해서 프랑스로 유학을 가라"고 제안했다.
중앙대 연극영화과에 들어간 후에도 탤런트가 될 생각은 없었다. 1980년 과외 금지 조치로 학비가 막막해진 그녀는 '탤런트 하면 돈 많이 번다기에'그리고 자신을 무시하던 선배에게 뭔가 증명하고 싶어 MBC 공채에 원서를 낸다. 대학교 1학년 때였고, 오디션에서 사투리 연기를 선보이며 주목을 받았던 그녀는 12기 탤런트로 입사한다.
단역을 전전하던 신인 시절 노역 분장을 하고 떡장수 역을 맡아 김용림 선배와 농지거리를 주고받던 때 '시장 사람들'의 김지일 PD는 송옥숙에게 말했다. "칼을 갈고 있어라." 이후 '낙지 같은 여자'에 그녀를 캐스팅했다. 일단 시말서를 써놓고. 최고 시청률의 드라마 시리즈에 새까만 신인이 주인공을 맡는다는 건 당시로선 파격적인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때 상대 역이었던 이정길 선배의 말은 지금의 그녀를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배우에겐 기회라는 게 오는데 그 기회를 날리면 정말 멍청한 거다, 내가 받쳐줄 테니까 넌 하고 싶은 대로 다 해봐라, 그러시는데…. 그 말씀이 얼마나 힘이 됐던지…." '낙지 같은 여자'는 MBC 단막극 사상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했고 연기자는 그녀의 운명이 되었다.
송옥숙의 가장 큰 재산은 거침없는 자신감이었다. 선배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고 연기할 수 있었던, 배우로서의 에너지가 완전히 충전되었던 시기도 있었다. 하지만 그 반대편에 서면서 송옥숙은 자신의 연기를 뒤돌아보게 됐다. "'아름다운 그녀'(1997)라는 드라마를 할 때였는데 그때 이병헌이 막 떠오를 때였죠. 어느 순간 그 친구 눈을 보는데 갑자기 뜨끔해지는 거예요. 그 친구의 에너지가 차오르던 시기였던 거죠. 그때부터 처음으로 연기라는 게 어려워지기 시작했어요."
영화 '걸어서 하늘까지'(1992)에서 만났을 땐 "어떻게 그렇게 집중해서 연기할 수 있느냐"며 부러워하던 후배 배종옥을 드라마 '천하일색 박정금'(2008)에서 다시 만났을 때도 비슷한 느낌이었다. "종옥아, 이제 내가 너한테 배워야겠다. 나 왜 이러지?"라는 그녀에게 후배는 명쾌하게 답했다. "너무 행복해서 그런 게 아닐까? 고민도 있고 갈등도 있어야 하는데, 언니는 너무 행복해 보여."
사실 최근 TV 다큐 프로나 저널을 통해 공개된 송옥숙의 사적인 삶은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해 보이지만 재혼 후 가정을 꾸리기 전까지 우여곡절도 적지 않았다. 지금은 '이 아이는 내가 키운다'는 생각이 확고해졌지만 입양한 큰딸과의 관계도 처음엔 힘들었다.
"나문희 선배님이나 김해숙 선배님 나이가 되었을 때 그만한 역량을 가진다는 게 중요한 같아요. 그러기 위해 계속 다듬고 훈련하는 거고요." 연기를 시작한 지 30년 된 지금도 그녀의 얼굴엔 20대 '칼 갈던 시기' 의 송옥숙이 그대로 남아 있다.
'30년'이라는 시간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화면에 비치는 내 모습을 보면서 문득문득 세월을 느낄 뿐이죠." 여전히 '진행형'일 뿐이라 생각하는 그녀이기 때문이다.
40대 이상이라면 송옥숙을 처음 만난 그 순간을 기억할 것이다. '베스트셀러극장'의 '낙지 같은 여자'(1984)를 기억할 것이고, 이덕화와 함께 쇼 프로그램 사회를 보던 MC를 기억할 것이며, 그때 통역 없이 외국의 뮤지션과 유창하게 영어로 대화하던 것을 기억할 것이다.
좀 더 더듬어 본다면 FM 라디오의 심야 DJ였고, TV 아침 프로그램의 리포터였던 송옥숙을 기억할 수도 있을 것이다. 박철수 감독의 '에미'(1985)에서 퇴폐적으로 담배를 피우던 포주 역의 그녀를 잊지 못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사이코 드라마 '당신'(1985)의 의사도 그녀였고, 창극 뮤지컬 '봄봄'(1985)의 들병이도 그녀였다.
요즘 같은 '전천후 엔터테이너'라는 개념이 성립되지 않았던 1980년대 송옥숙은 독보적인 존재였다. "정해진 틀에 갇히기엔 재능이 많았어요"라며 웃는 그녀에게 배우라는 직업은 처음엔 운명이 아니었다. 학교연극반 활동을 하며 청소년연극제에서 매년 수상했지만 원하던 학교는 연극과는 상관없는 곳이었다. 하지만 수학 점수 때문에 자신이 없었다. 담임교사가 "연극영화과에 간 후 공부를 해서 프랑스로 유학을 가라"고 제안했다.
중앙대 연극영화과에 들어간 후에도 탤런트가 될 생각은 없었다. 1980년 과외 금지 조치로 학비가 막막해진 그녀는 '탤런트 하면 돈 많이 번다기에'그리고 자신을 무시하던 선배에게 뭔가 증명하고 싶어 MBC 공채에 원서를 낸다. 대학교 1학년 때였고, 오디션에서 사투리 연기를 선보이며 주목을 받았던 그녀는 12기 탤런트로 입사한다.
단역을 전전하던 신인 시절 노역 분장을 하고 떡장수 역을 맡아 김용림 선배와 농지거리를 주고받던 때 '시장 사람들'의 김지일 PD는 송옥숙에게 말했다. "칼을 갈고 있어라." 이후 '낙지 같은 여자'에 그녀를 캐스팅했다. 일단 시말서를 써놓고. 최고 시청률의 드라마 시리즈에 새까만 신인이 주인공을 맡는다는 건 당시로선 파격적인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때 상대 역이었던 이정길 선배의 말은 지금의 그녀를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배우에겐 기회라는 게 오는데 그 기회를 날리면 정말 멍청한 거다, 내가 받쳐줄 테니까 넌 하고 싶은 대로 다 해봐라, 그러시는데…. 그 말씀이 얼마나 힘이 됐던지…." '낙지 같은 여자'는 MBC 단막극 사상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했고 연기자는 그녀의 운명이 되었다.
송옥숙의 가장 큰 재산은 거침없는 자신감이었다. 선배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고 연기할 수 있었던, 배우로서의 에너지가 완전히 충전되었던 시기도 있었다. 하지만 그 반대편에 서면서 송옥숙은 자신의 연기를 뒤돌아보게 됐다. "'아름다운 그녀'(1997)라는 드라마를 할 때였는데 그때 이병헌이 막 떠오를 때였죠. 어느 순간 그 친구 눈을 보는데 갑자기 뜨끔해지는 거예요. 그 친구의 에너지가 차오르던 시기였던 거죠. 그때부터 처음으로 연기라는 게 어려워지기 시작했어요."
영화 '걸어서 하늘까지'(1992)에서 만났을 땐 "어떻게 그렇게 집중해서 연기할 수 있느냐"며 부러워하던 후배 배종옥을 드라마 '천하일색 박정금'(2008)에서 다시 만났을 때도 비슷한 느낌이었다. "종옥아, 이제 내가 너한테 배워야겠다. 나 왜 이러지?"라는 그녀에게 후배는 명쾌하게 답했다. "너무 행복해서 그런 게 아닐까? 고민도 있고 갈등도 있어야 하는데, 언니는 너무 행복해 보여."
사실 최근 TV 다큐 프로나 저널을 통해 공개된 송옥숙의 사적인 삶은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해 보이지만 재혼 후 가정을 꾸리기 전까지 우여곡절도 적지 않았다. 지금은 '이 아이는 내가 키운다'는 생각이 확고해졌지만 입양한 큰딸과의 관계도 처음엔 힘들었다.
"나문희 선배님이나 김해숙 선배님 나이가 되었을 때 그만한 역량을 가진다는 게 중요한 같아요. 그러기 위해 계속 다듬고 훈련하는 거고요." 연기를 시작한 지 30년 된 지금도 그녀의 얼굴엔 20대 '칼 갈던 시기' 의 송옥숙이 그대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