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저우 아시안게임] 줄곧 앞선 마린보이, 물이 달랐다

처음부터 끝까지 앞에 아무도 없었다. 박태환(21·단국대)의 작전은 간단했다. 한 번도 리드를 내주지 않고 내달리는 것이었다. 14일 광저우 올림픽 아쿠아틱센터에서 열린 남자 자유형 200m 결선이 그랬다.

박태환은 1분44초80의 아시아 신기록으로 우승했다. 2006 도하 아시안게임 200m 우승에 이어 이 종목 2연속 금메달도 달성했다. 아시안게임 통산 금메달은 4개로 늘리면서 고(故) 조오련씨, 최윤희씨와 수영 역대 공동 최다관왕을 이뤘다.

박태환은 결선에서 8명 중 가장 빠른 출발 반응시간으로 물에 뛰어든 다음 10m 잠영을 마치고 떠오르면서 단독 역영을 시작했다. 2위로 쫓아오는 옆 레인의 쑨양을 따돌리면서 레이스를 이끌었다.

150m까지의 1분18초03 기록은 본인이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땄을 때의 페이스(1분18초68)보다 0.65초가 앞섰다. 마지막 50m에선 유일하게 26초대로 끊었다.

박태환이 기록한 1분44초80은 본인이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딸 때 세웠던 종전 아시아 기록 1분44초85를 0.05초 줄인 것이다. 2위 쑨양(중국·1분46초25), 3위 마쓰다 다케시(일본·1분47초73)와는 '레벨'이 달랐다.

1분44초80은 올 세계 랭킹 1위에 해당한다. 역사상 자유형 200m에서 박태환보다 좋은 기록을 낸 선수는 현 세계 기록(1분42초00) 보유자인 독일의 파울 비더만과 미국의 마이클 펠프스, 호주의 이언 소프, 러시아의 다닐라 이조토프뿐이다.

박태환은 결선에서 3번 레인에 섰다. 중국의 쑨양이 4번, 장린은 5번 레인, 일본의 마쓰다 다케시는 2번 레인이었다. 박태환은 오전 예선에선 라이벌 선수들의 경기를 먼저 본 다음 전체 3위로 결선에 오르는 작전을 썼다. 예선을 1위로 통과하면 결선 때 장린과 쑨양을 양옆에 두기 때문에 견제를 당할 부담이 있었다.

박태환은 2008 베이징 올림픽 자유형 400m 금메달, 자유형 200m 은메달을 따며 세계적인 선수로 떠올랐으나 작년 로마 세계선수권에서 메달을 하나도 따지 못하는 부진에 빠졌다. 올해 들어 호주의 마이클 볼 코치와 호흡을 맞추면서 약 6개월간 호주 브리즈번 등 해외 전지훈련을 하며 몸 상태를 끌어올렸다.

박태환은 경기 후 "기록이 너무 좋아 얼떨떨했다. 100m 턴을 하고 옆을 봤더니 쑨양이 쫓아오기에 계속 도망쳤다"면서 "아직 한 종목만 끝났을 뿐이다. 여섯 경기가 남아 있어 컨디션 관리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마린보이'는 16일 자유형 400m, 17일 자유형 100m, 18일 자유형 1500m 등에 출전해 다관왕을 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