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수 "소득세 감세 사실상 철회"… 여당내 감세 철회 목소리 커질 듯

한나라당 안상수<사진> 대표가 G20 정상회의가 끝나자마자 소득세 감세를 사실상 철회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당내 '감세 철회론자'들의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안 대표는 14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현재 소득세 최고세율 구간이 과표(課標) 8800만원 초과인데, 이보다 더 높은 구간을 1억원이든, 1억2000만원이든 만들어 이 구간에 대해 현행대로 35%의 세율을 적용하는 것이 고소득층에 대한 감세 논란의 절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행법상 2013년부터는 과표 8800만원 초과구간은 35%의 세율을 33%로 깎아주고, 법인세는 과표 2억원 초과에 대해 감세(22%→20%)하도록 돼 있다. 이 가운데 법인세는 외국기업 유치와 기업의 경쟁력 등을 감안해 그대로 두고, 소득세 부분에 대해서만 감세를 일부 철회하자는 것이다.

감세 철회는 그동안 정두언 최고위원이 가장 강력하게 요구해왔고, 홍준표·나경원·서병수 최고위원 등도 '소득세·법인세 전부' 또는 '소득세에 한해' 최고구간 감세 철회 입장을 보여왔다. 하지만 안 대표를 비롯해 청와대와 정부 측에서 감세 기조 철회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보이면서 제대로 논의가 이뤄지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안 대표가 감세 철회 쪽에 가세했고, 이에 앞서 당내 소장파 모임인 '민본 21' 등이 정책 의원총회 소집을 요구해 관철시키면서 '감세 철회' 쪽에 힘이 실리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안 대표가 감세 철회 쪽으로 방향을 튼 것은 최근의 '친서민·중도' 기조와 무관하지 않다. 야당이 정부의 감세 정책을 '부자 감세'라고 공격하고 있고, 이것이 현장에서 먹혀들면서 소속 의원들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민본 21'이 최근 의뢰한 여론조사에서 서울지역 한나라당 의원에 대한 재신임률이 30%도 안 된다는 결과가 나와 서민위주 정책의 필요성이 절박하게 제기된 것이다. 이와 관련, 김성식 의원은 "이명박 정부의 감세는 '부자 감세'가 아니다. 최고세율구간 외에 일반 서민들에 대해서는 이미 감세를 실시했고, 8800만원 초과구간에 대해서만 시행을 2013년으로 미뤄놓았을 뿐인데 야당의 '부자 감세' 공세가 먹혀드는 게 현실"이라며 "설명이 복잡하면 과감하게 포기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기업에 대한 감세는 예정대로 하더라도 고소득층에 대한 부분은 제외하는 것이 '정치적'으로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최근 '재정 건전성'을 언급한 것이 감세정책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 것도 당내 기류 변화에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표는 15일 자신이 속한 국회 기획재정위에서 감세와 관련된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는데 한 측근은 "국가부채와 재정적자 악화로 인해 세수(稅收)를 늘려야 하는 상황이라 박 전 대표의 재정건전성 발언은 감세철회와 맥이 닿아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전히 청와대를 비롯해 일부 친이계 의원들은 감세철회에 부정적이다. 이 때문에 당내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백용호 청와대 정책실장은 언론 인터뷰 등에서 연일 "감세와 규제완화가 이명박 정부 경제정책의 두 축"이라며 "특히 감세는 정부가 시장에 보내는 일종의 신호이기 때문에 감세를 철회하는 것은 정책기조에 반한다"고 말하고 있다.

감세를 철회한다면 어디까지 할 것인지에 대한 의견도 분분하다. 안 대표는 "이른 시일 내에 매듭지을 것"이라고 했으나 정기국회 막판까지 진통이 거듭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