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선 몰라줘도 외국만 나가면 '젊은 에릭 클랩튼'

김목경(51)은 한국에서 희귀한 음악을 하는 뮤지션이다. 블루스다. 1990년 데뷔음반을 낸 뒤로 꼬박 20년간 블루스 기타를 연주해왔다. 블루스의 고향인 미국 멤피스를 비롯해 노르웨이와 일본·인도네시아의 블루스 페스티벌에 한국인으로는 유일하게 참여해 온 그는 여전히 빈티지 펜더 기타로 블루스를 연주한다. 19일 오후 8시 이화여고 백주년기념관에서 데뷔 20주년 기념 무대에 오르는 그를 지난 12일 만났다.

"블루스를 하는 이유는 간단해요. 내 음악적 느낌과 감성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것이 블루스예요. 같은 곡을 연주해도 기분 좋을 때와 우울할 때 소리가 달라요. 그걸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거죠."

김목경이 블루스에 빠진 것은 고2 때였다. 우연히 블루스 기타리스트 12명이 참여한 컴필레이션 음반을 듣게 된 직후였다. "그전까지만 해도 레드 제플린과 롤링 스톤스가 전부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전부 블루스에서 베껴온 것이더군요."

한국에서 흔치 않은 장르에 천착하다 보니 그는 늘 대중적 인기와 거리가 멀었다. 고(故) 김광석이 불러 유명해진 곡 '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가 그의 노래라는 사실도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여의도 우먼' 같은 명곡은 블루스 팬들 사이에서나 이름난 곡이다.

"록 음악의 뿌리가 블루스에 있는데, 한국 록에는 블루스가 빠져 있어요. 그러니까 해외에서 잘 먹히지 못하는 겁니다." 2003년 그는 멤피스의 유명 블루스 축제인 '빌 스트리트 페스티벌'에 참가해 당시 신인이었던 존 메이어와 한 무대에 섰다. 일본에서는 매년 5개 도시 투어를 한다. 외국에서 그는 '젊은 에릭 클랩튼'이란 찬사를 받을 만큼 높은 평가를 받는다.

"대만과 네팔에도 블루스 페스티벌이 있는데 한국에만 없어요. 우리에겐 블루스에 맞닿는 정서가 있어서 아주 잘 어울리는 음악인데 말이죠." 그는 "앞으로 또 20년은 한국적 블루스를 창작하고 연주하는 데 모든 힘을 쏟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공연 문의 1544-15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