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시골마을, 韓단편영화에 푹~ 빠진 사흘

일본 규슈(九州) 오이타(大分)현의 나가유(長湯)온천은 유명한 온천마을인 유후인(湯布院)에서 40분 정도 자동차로 산길을 달려야 나타난다. 이런 시골에서 지난 12~14일 사흘간 '제1회 일·한 단편영화제'가 열렸다. 한류 관련 행사가 흔해진 일본이지만 한국 단편영화제가 별도로 열린 것은 처음이다.

일본 최북단 몬베쓰(紋別)에서 영화 '오이시맨(2008년)'을 찍은 배우 이민기는 "몬베쓰에 갔을 때 '진짜 시골이구나' 생각했는데, 이제 보니 여기가 진짜 시골"이라고 말해 관객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이민기를 비롯해 영화감독 이명세, 영화평론가 김종원, 이병훈 한국영상자료원장, 박지훈 서울예대 교수 등이 영화제에 참석했다.

12일 전야제로 열린 영화 '오이시맨' 상영회는 온천시설의 다다미(일본식 돗자리)방에서 열렸다. 13일의 심포지엄, 한국 단편영화제, 환영파티는 쌀 창고를 개조한 온천시설 건물에서 개최됐다.

'음향에 문제는 있지만, 온천 분위기를 최대한 살리자'는 취지라고 한다. 애초 우려와 달리, 전야제 정원 80석, 심포지엄과 환영파티 정원 150석의 표가 매진됐다.

일본에서 방영된 드라마로 인기를 끈 이민기의 일본 팬들이 찾아온 덕에 단편영화제는 더 활기를 얻었다. 후쿠오카(福岡)에서 온 다케다 유리코(45)씨는 "이민기를 보기 위해 왔지만, 단편영화를 통해 한국영화에 대한 이해가 깊어졌다"고 말했다.

단편영화제에는 김태균 감독의 '삼포 가는 길' '교복 입는 데이', 2008년 전주국제영화제 단편 부문 최우수상을 받은 한지혜 감독의 '기차를 세워주세요', 한국 실험영화의 선구자로 꼽히는 임창제 감독의 '눈물' '미미' 등이 감독들의 해설과 함께 상영됐다. 서울예대 학생들의 작품 발표와 해설 시간도 마련됐다. 일본에선 곤도 가즈히코(近藤一彦) 감독의 단편영화와 규슈류코쿠(九州龍谷)단기대 학생들의 작품이 소개됐다.

이번 영화제는 오이타 현립 예술문화단기(短期)대학이 지난 4월 나가유온천이 있는 다케타(竹田)시의 초등학교 폐교 자리에 대학 캠퍼스를 만들면서 구상됐다. 영화제 감독을 담당한 시모카와 마사하루(下川正晴) 교수(정보커뮤니케이션학과)는 "지역의 활성화를 위해 영화제를 기획했다"며 "영상을 통한 교류가 더욱 깊어지길 기대한다"고 했다. 영화제에는 인근 벳푸(別府)시의 리쓰메이칸(立命館)아시아·태평양대에 다니는 한국 학생들도 자원봉사자로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