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LG배 세계기왕전] 俗手의 묘수

〈제7보〉(92~105)=최철한은 부침(浮沈)이 꽤 심한 편에 속하는 기사. 랭킹만 해도 1위(2006년 1월)에서 14위(2006년 10월)까지 경험했다. 톱클래스 기사가 9개월간 13계단을 오르내리는 건 드문 일이다. 최철한은 이후 다시 한 단계씩 착실히 진군, 지난해 6월 5위권에 재진입했다. 10월엔 이창호를 3위로 밀어내고 2위에 올라섰다가 11월 랭킹에선 3위로 자리잡았다.

92는 이후 백이 고전의 늪에 빠져들게 만든 장본의 한 수. 주변 흑돌들을 추궁하는 요석(要石)이긴 하지만 자신도 쫓기고 있는 터에 또 하나의 곤마(困馬)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자체로도 몹시 무거운 모습. 백은 '가', 흑 '나' 선수 후 105로 자체 정비부터 서두르는 게 바람직했다.

여기서부터 최철한은 '공격의 달인'답게 독무대를 이룬다. 95 역시 그다운 독수(毒手). 보통대로 참고도 1이면 백은 8 이후 좌측 상하의 흑을 괴롭힌 뒤 다시 중앙을 움직일 것이다(좌변은 백A, 흑B가 교환돼 있다고 봐야 한다). 99가 다시 '속수(俗手)의 묘수'. 101이 보장돼 있어 백은 좌우가 모두 무거워졌다. 백이 스스로 만든 92 쪽의 '혹'이 점점 커져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