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은의 '올인'

현대가(家)의 며느리인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이 10년 묵은 숙원이던 현대건설 인수 경쟁에서 현대자동차그룹을 이겼다.

현대건설 채권단은 16일 "현대건설 지분 공동매각을 위한 본입찰에 현대그룹이 주축이 된 현대그룹컨소시엄과 현대자동차가 주축이 된 현대자동차컨소시엄 등 2곳이 참여해 이 중 현대그룹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현대차컨소시엄을 예비협상대상자로 각각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현대그룹은 현대건설에 대한 자산실사(實査)를 거쳐 채권단과 인수조건을 놓고 협상을 벌인 뒤 본계약을 맺으면 현대건설을 가져가게 된다. 만약 중간에 협상이 결렬되면 예비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현대차그룹에 인수기회가 넘어간다.

1947년 현대그룹의 모(母)기업으로 설립된 현대건설은 올 들어 지난 3분기까지 6조9000억원의 매출과 460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한 국내 1위 건설업체이다. 현대가(家)의 경영권 분쟁이 불거졌던 2000년 자금난이 심해져 부도가 났으며, 이듬해 6월부터 채권단 관리를 받아 2006년부터 경영이 정상화됐다. 이번에 현대그룹이 인수에 성공하면 약 9년 만에 현대건설을 되찾아오는 셈이다.

채권단이 매각할 현대건설 지분은 전체 주식의 34.88%(총 3887만9000주)이며, 현대그룹측은 인수 희망가격으로 약 5조5100억원을 채권단에 제시했다. 이는 주당 약 14만2000원의 가격이며 이날 현대건설 주가 6만2200원보다 2배 이상 비싼 수준이다. 현대차그룹은 현대그룹보다 4000억원 이상 낮은 5조1000억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그룹이 입찰서류에 쓴 인수희망가격은 당초 예상됐던 4조원보다 1조원 이상 많은 금액이다.

이날 현대건설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후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현대그룹의 적통성을 세우고 옛 영광을 재건할 수 있도록 현대건설 임직원 모두와 함께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현대건설 인수전에서 현 회장은 또 강공책을 썼다. 그는 최근 현대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현대상선이 글로벌 금융위기 충격으로 자금난에 빠지면서 채권단으로부터 재무구조개선(구조조정) 약정 체결을 맺을 것을 요구 받았으나 오히려 "채권 은행을 바꾸겠다"며 반격했었다. 앞서 2003년 시숙부(정상영 KCC 명예회장)와 벌인 경영권 다툼에서도 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