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이야기] "굶주리는 수단(아프리카 국가)에서 망고나무는 희망입니다"

    입력 : 2010.11.17 03:00 | 수정 : 2010.11.19 08:03

    패션디자이너 이광희씨 희망의 망고나무재단 세워 묘목 1만5000그루 나눠줘
    김윤옥 여사 등도 후원 동참

    희망의 망고나무재단을 설립한 패션디자이너 이광희씨가 지난 7월 수단 남부의 톤즈지역에서 아이들에게 망고 묘목을 전해주며 활짝 웃고 있다. 희망의 망고나무재단은 톤즈 주민들에게 1만5000그루의 망고나무 묘목을 전해줬다. /희망의 망고나무재단 제공
    "우리가 아프리카 수단에 심는 것은 망고나무뿐만이 아닙니다. 그곳에 사랑과 희망을 함께 심고 있습니다."

    패션디자이너인 이광희(여·52) '희망의 망고나무재단' 대표는 20년간 전쟁과 흉년으로 가난과 굶주림에 시달리는 아프리카 수단 남부 톤즈(TONJ)에 망고나무를 심는 일을 하고 있다. 16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푸석한 얼굴에 울긋불긋 반점까지 돋아 있었다. 17일 남산국립극장에서 열리는 '희망의 망고나무 자선콘서트' 준비로 며칠째 잠을 자지 못했다고 했다.

    작년 3월 국제 구호단체 월드비전을 통해 아프리카 수단에 봉사활동을 다녀온 이 대표는 그해 11월 희망의 망고나무재단을 세웠다. 이 대표는 수단에서 한 포대 잡곡 가루로 여섯 식구가 한 달을 버텨야 하는 주민들을 만났다. 그는 "그들에게 일회성 도움을 줄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도울 방법이 없을까 고심했다"며 "시장에 갔을 때 좌판에 놓인 망고를 보고 드넓은 땅에 망고나무를 심으면 되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망고나무는 한 번 심으면 열매가 열리기까지 5년 걸리고, 그 뒤 100년 동안 1년에 두 번 열매가 열린다고 한다. 열대성 기후에 잘 자라며 적은 양의 물로도 잘 자란다. 더욱이 망고나무 묘목 1그루는 15달러밖에 하지 않았다. 하지만 가난한 톤즈 주민들에게는 그것도 큰돈이었다.

    이 대표는 "학교나 병원을 세우려면 큰돈이 들지만, 희망의 망고나무 운동은 제 힘으로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며 "망고나무만 있으면 주민들이 배고픔을 면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그 자리에서 1500달러를 꺼내 묘목 100그루를 사서 주민들에게 나눠줬다. "내년에 다시 와서 잘 키우고 있는지 확인하겠다"는 말도 남겼다.

    이 대표가 설립한 '희망의 망고나무재단'에는 이명박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와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 등 사회 저명인사들이 참여했고 LG더페이스샵과 롯데시네마, 고려대 교우회 등도 후원에 동참했다.

    이 대표는 월드비전과 함께 수단 톤즈 지역에 망고나무 묘목장 6곳을 마련했다. 그리고 올해 7월 약속대로 다시 그곳을 찾아 주민들에게 망고나무 묘목 1만5000그루를 나눠줬다. 이 대표가 작년에 심었던 50㎝ 크기 묘목들은 1년 새 3m 가까이 자라 있었다.

    그는 "패션디자이너인 제가 전혀 다른 영역인 아프리카 구호활동에 나서게 된 데는 부모님 영향이 큰 것 같다"고 했다. 목사였던 그의 아버지는 6·25 직후인 1953년 전남 해남에 '등대원'이라는 보육원을 지었고, 양로원인 '평화의 집'과 탁아소인 '천진어린이집'을 설립해 오갈 데 없는 아이들과 노인들을 돌봤다.

    17일 자선콘서트에는 최은석 디스트릭트 대표와 콘트라베이스 연주가 성민제, 바이올리니스트 김남윤과 '필하모니아 코리아', 신지화 이화여대 성악과 교수와 마임 연기자 김종학, 현대무용가 안신희 등이 참여해 패션쇼와 음악·무용·연극·마임 등 다양한 공연이 펼쳐진다.

    이 대표는 "아프리카 아이들이 천진한 웃음을 잃지 않고 배고픔의 고통에서 벗어날 때까지 한 그루 한 그루 망고나무를 계속 심어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