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LG배 세계기왕전] 忍耐의 바둑

〈제8보〉(106~114)=스위에의 착점들은 대부분 무색 무취하다는 평을 듣는다. 사람들을 탄복시킬 만한 멋진 수가 드물다는 얘기. 그럼에도 그의 성적은 꽤 준수하다. 압도적 바둑을 만들어 놓고도 그에게 역전패한 기사들이 하나 둘이 아니다. 비결은 무엇일까. 역경에 처해도 포기하지 않고 기회를 엿보는 인내심이다. '참는 자에게 복이 있다'는 성경 구절은 바둑판 위에서도 곧잘 들어맞는다.

중앙 백이 중앙을 움직인 것은 고행(苦行)을 자초한 결과. 그래도 106, 108 무거운 발걸음으로 꾸역꾸역 밀고나온다. 참고1도 8까지를 내다본 수로, 이대로만 된다면 훌륭히 타개된다. 그러나 최철한이 상대 주문에 고분고분 응할 사람이던가. 곧바로 109에 씌워 선제공격을 퍼붓기 시작한다.

113 때 백이 '가'로 끊어가면 어찌 될까. 참고2도에서 보듯 축(逐)이 불리해 성립하지 않는다는 게 백으로선 불운이다. 끝없이 고전(苦戰)이 이어지는 와중에서도 백은 꾸준히 인내하고 있다. 그리고 왼쪽 중앙 대마의 숨통만 확보되면 '나'로 꼬부려 좌하 쪽 흑 대마를 추궁한다는 미래의 꿈을 그리고 있다. 114는 그 사전 작업의 한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