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탱제 파리 퐁피두센터 부관장 訪韓… "내면 표현한 한국 사진가 인상 깊어요"

"한국 사진작가들과 심사과정에서 만나 얘기해보니, 작품에 철학적 요소가 많았습니다. 상당수 작가가 내면적인 것을 표현해 인상적이었습니다."

최근 '일우(一宇)사진상' 심사를 위해 한국에 온 디디에 오탱제(Didier Ottinger·54) 파리 퐁피두센터 부관장은 "이번 심사를 계기로 한국 현대작가들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고 했다. '일우사진상'은 한진그룹 산하 일우재단이 재능 있는 사진작가를 발굴해 세계적 작가로 육성하기 위해 제정한 상이다.

 

프랑스 마르세유 대학에서 미술사학을 전공한 그는 1994년부터 퐁피두센터 큐레이터로 활약하면서 2008년 '파리의 미래주의-폭발적 아방가르드'전(展)과 올해 열린 '드림랜드' 같은 굵직굵직한 전시를 기획했다. '드림랜드'는 세계엑스포와 테마파크가 도시와 주고받는 상상력과 영향을 조명한 전시로, 창의적 접근으로 화제를 모았다. 그는 프랑스는 물론 미국·영국·이탈리아 등 국제적 전시를 맡았으며, 작년에는 파리 그랑팔레에서 '예술의 힘'이라는 대형전시를 기획했다. 전통 회화와 사진, 비디오 아트를 아우르는 기획력으로 인정받고 있다. 2년 전 퐁피두센터 부관장에 올랐다.

오탱제 부관장은 "퐁피두센터에서 29명의 창의적인 큐레이터와 토론하며 전시를 준비한다"며 "연간 50회 정도의 전시가 진행되는데 다른 미술관은 할 수 없는 특별한 것을 위해 노력한다"고 했다. 그는 "창의적이지만 관람객의 호응을 받지 못할 수도 있는데 그런 위험을 감수하면서 밀고 나간다"고 했다.

그는 2012년 옛 기무사 터에 완공 예정인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 대해 들었다면서 "세계의 현대미술을 전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국 작가를 세계에 알리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글로벌화되면서 작가들은 뉴욕이나 파리· 베를린·베이징 등으로 옮겨다니며 작업하고 있다"며 "이제는 작가가 어디 있느냐가 아니라 창의성이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그는 "예술은 정치적 역할도 할 수 있고, 경제적인 것도 다룰 수 있다"며 "좋은 작품으로 사람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관광 요인까지 있으니 갈수록 중요해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