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수시 원서접수 못하고 다음날 입원… "3년 동안 준비했는데…" 이 악물고 시험 봐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18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반포동 서울성모병원 21층 VIP 병동에 경찰관들이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다. 강남교육청에서 파견된 시험감독관 5명도 긴장된 표정으로 시계를 봤다. 복도에는 '서울특별시교육청 제18지구 병원시험장'이라는 표지판이 붙었다.

"시험 시작하겠습니다."

서울고등학교 3학년 정재연(18)군이 모자와 마스크를 쓴 채 병실 침대에서 긴장된 표정으로 수능시험 문제지를 받아들었다. 정군은 지난 9월 뼛속에 종양이 생기는 희귀병 골육종암 판정을 받고 이 병원 무균실에 입원했다. 정군은 지난 10일 다섯 번째 항암 치료가 끝난 뒤 이날까지 8일째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그래도 정군은 "고교 3년간 내내 준비한 만큼 수능시험을 꼭 치르고 싶다"며 이를 악물고 시험을 쳤다. 원래는 강남구 대치동 단대부고 양호실에서 시험을 볼 예정이었지만 의사들이 응급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반대했다. 병원은 교육청과 협의해 비교적 조용한 VIP 병동에 특별 고사장을 마련했다.

정군의 왼쪽 무릎이 아프기 시작한 건 지난 7월이었다. 처음엔 스트레스를 받아 생긴 '고3병' 정도로 여겼다. 동네 병원에서 간단한 골절로 의심된다고 해 깁스를 하고 학교에 다녔지만 증상은 심해졌다. 무릎이 부어 다리를 접을 수도 없었다. 종양이 뼈를 뚫고 나와 신경을 건드려 통증도 심해졌다. 서울대학교에 수시 원서 접수를 포기하고 원서 접수 마감 다음날인 9월 10일 서울성모병원에 입원했다.

입원 초기만 해도 입시 준비를 위해 산더미같은 문제집을 병실에 가져다 놨지만 허사였다. 항암 치료로 피를 토하고 약물에 취해 잠들기 일쑤였다. 반에서 1~2등을 하던 아들이 병마에 시달리는 모습을 본 부모는 마음이 타들어갔고, 정군은 밤마다 이불을 뒤집어쓰고 울부짖었다. 어머니 유영애(44)씨는 "재연이는 자신을 응원하는 친척들이 걱정할까봐 투병 사실도 알리지 않았고, 어제 저녁엔 '시험 잘 보겠다'며 오는 전화 다 받았다"며 눈물을 훔쳤다.

오후 4시 56분 4교시를 끝으로 수능시험이 끝나자 복도에서 아들을 위해 기도하던 유씨가 병실 문을 조심스레 열었다. 23㎡(7평) 특실이 열기로 가득했다. 한쪽 탁자 위엔 같은 병실을 쓰던 백혈병 환우들과 간호사가 선물한 '수능 대박' 초콜릿과 엿 선물이 있었다.

"수고했어, 아들."

"평소 실력의 70%도 발휘하지 못한 것 같아 속상해. 수학 문제도 다 못 풀고 어떡하지?"

"재수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하면서도 밝게 웃는 아들 앞에서 어머니는 "건강이 먼저"라며 눈물을 글썽였다. 이날 정군처럼 병실 고사장에서 수능을 본 수험생은 전국에서 15명이었다.

 

[Snapshot] 2011 수능 출제경향, 언·수·외 다소 어려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