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시네마리뷰] 연출 연기 각본 삼박자가 맞아떨어진 '이층의 악당'

김혜수와 한석규가 '닥터봉' 이후 다시 한 번 호흡을 맞추게 되었다. '이층의 악당'이라는 영화에서다. 하지만 감독의 역량 역시 무시할 만하지 않다. '달콤 살벌한 연인'으로 비수기에 200만이라는 엄청난 관객을 끌어모았고 부산 영평상, 대한민국 영화대상 각본상, 디렉터스 컷 신인 감독상 등을 휩쓸며 충무로의 기대주로 활약했다. 연출, 연기, 각본의 삼박자가 고루 갖춰진 '이층의 악당'은 어땠을까.

연주(김혜수)는 성형 수술을 시켜달라고 떼를 쓰는 딸을 하나 둔 과부이다. 어느 날 연주의 집 2층에 세를 들고 싶다고 찾아 온 창인(한석규)은 소설가라는 직업으로 위장한 채 보물을 찾으러 온 사기꾼이다. 주변 이웃들과 연주는 창인의 이상한 낌새를 조금씩 눈치채기 시작한다. 과연 창인은 연주의 집에서, 자신이 찾는 보물을 찾을 수 있을까.

역시 손재곤 감독답다. 재기발랄하고, 무엇보다 전작 '달콤 살벌한 연인'에서 처럼 신선한 대사들의 향연이 펼쳐진다. 특히 하이라이트는 지하실 씬. 영화의 전개에 비해 다소 많은 분량이 할애되었지만, 그럴 가치가 있을 만큼 재미가 있고 웃기다. 하지만 재미에만 치중되지 않고 영화의 완성도에도 신경을 썼다. 어느 캐릭터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완성도 있게 그려냈다. 영화의 결말 역시 깔끔하고 담백해서 매우 만족스럽다. 각본, 연출 면에서 모두 손재곤 감독의 역량이 발휘되어서 매우 좋았다.

배우들의 공 역시 컸다. 특히 '이층의 악당'은 한석규의 영화라는 생각이 들 만큼 그의 공이 컸다. 툭툭 내뱉지만 관객들의 웃음을 자극하는 그의 여유로움은 역시 한석규는 한 시대를 풍미한 관록있는 배우라는 사실을 느끼게 해준다. 영화의 하이라이트인 지하실 씬은 그의 찌질한 연기가 빛을 발하는 장면이 아니었나 싶다. 한석규 외 나머지 배우들의 연기 역시 매우 좋다. 김혜수의 히스테리 연기, 철부지 재벌 2세 엄기준, 옆집 아줌마 이용녀, 어리버리한 경찰 이장우, 외모 컴플렉스에 빠진 지우, 학교 얼짱 동호까지 한명한명 연기가 빛이 났던 거 같다.

이렇게 신나게 웃다가 극장에 나오면 딱히 남는 건 없지만, 영화를 관람하면서 즐겁게 그 순간을 즐길 수 있었던 영화 '이층의 악당'. 11월 25일부터 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조현성 청룡시네마 명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