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저우 아시안게임] 2차연장 '텐 텐 텐'… 졸인 가슴 '뻥 뻥 뻥'

'텐(ten)-텐-텐'.

2차 연장에 나선 주현정(현대모비스)·기보배(광주광역시청)·윤옥희(예천군청)가 차례로 10점에 꽂았다. 중국도 끈덕졌다. 첫 사수(射手) 청밍이 10점을 쐈다. 거기까지였다. 두 번째로 나선 장윈루가 7점을 쏜 것이다.

30대27. 한국이 21일 여자 양궁 단체전 결승에서 두 차례 연장 끝에 중국을 꺾고 4연속 우승했다. 24발씩 쏘는 정규 경기에선 3엔드(18발)까지 165―168로 뒤지다 4엔드의 마지막 6발에서 중국이 흔들리면서 연장전에 나섰다.

1차 연장(슛오프) 세 발씩은 28―28 동점, 결국 2차 연장에서 한국은 3점차로 이겼다. 아슬아슬한 고비는 결승뿐이 아니었다. 인도와의 준결승에서도 패배 직전까지 몰리는 아찔한 순간을 연출했다.

3엔드까지 2점을 뒤지다 4엔드에서 동점을 만들고 1차 연장에서 29―26으로 상대를 뿌리쳤다. 인도는 최근 3년간 이왕우 전 한국 여자 대표팀 감독으로부터 기술지도를 받으면서 한국을 위협할 만큼 기량이 급성장했다.

인도는 결국 3~4위전에서 대만을 218대217로 누르고 아시안게임 여자 단체전 사상 첫 메달을 따 냈다. 양궁 최강국 한국은 그간 적수가 없다고 자만해 최근 10여년간 테크닉보다는 돌발 변수에 신경썼다.

정신력과 담력을 키운다며 군부대에 입소하고 뱀을 목에 감고 야구장이나 경륜장 등에서 인위적인 소음과 싸우는 훈련에만 몰두했다. 실제로 이번에도 휴전선 부근에서 철책 근무를 했다.

심지어 남아공월드컵 때 화제를 모았던 부부젤라 소리나 총소리를 들으며 시위를 당기기도 했다. 광저우 양궁장에 혹시라도 돌풍이 불까 봐 바람 많은 제주도에서 '오조준 훈련'도 마쳤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선 2008 베이징올림픽 때와 같은 홈 관중의 소란스러운 응원이 없었다. 대회 조직위가 막대풍선 같은 응원 도구를 사용하지 못하게 했다. 선수들의 시야를 방해하는 거울도 금지했다. 바람도 잔잔했다.

한국으로선 불리할 여건이 전혀 없었다. 그런데도 한국은 실전에서 경쟁국들에 끌려 다녔다. 여자 단체전은 220점대 중·후반 점수를 꾸준히 내야 정상인데, 8강전에서 올린 227점을 빼곤 모두 220점, 221점에 그쳤다.

이날 결승전에 나선 한국과 중국 선수 6명은 모두 한국산 활(윈앤윈 4명·삼익스포츠 2명)을 썼다. 기술과 장비는 '메이드 인 코리아'가 국제 표준이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한국엔 '신궁(神弓)' 경지의 궁사가 보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