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임시투자세액공제 없애면 中企가 더 큰 타격"

경남 창원에 있는 연매출 300억원 규모의 자동차 부품업체 B사의 김모 사장은 요즘 고민에 빠져 있다. 내년에 150억원 규모로 자동차 엔진 부품 공장 라인을 신설할 계획이었는데, 투자를 한 뒤 세금 공제 혜택을 주던 '임시 투자세액(이하 임투세) 공제제도'가 내년부터 사라진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임투세 공제는 제조업과 도·소매업 등 32개 업종의 기업이 설비 투자를 하면 투자금액의 일부(현재는 7%)를 법인세나 사업소득세를 낼 때 공제해주는 제도이다. 이 제도는 경기가 좋지 않을 때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만든 말 그대로 '임시'제도였다. 하지만 1982년 처음 도입된 이후 7년을 제외하고는 매년 운용돼 '임시'가 아니라 사실상 '상시'제도로 정착됐다. 정부는 내년부터 이 제도의 시한을 더 이상 연장하지 않고 폐지하기로 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8월 이러한 내용의 세제 개편안을 발표했고 지난달 28일 원안대로 국무회의를 통과해 법안은 현재 국회로 넘어가 있다.

◆정부, "고용 창출 투자에 대해 공제해주겠다"

연간 2조원(2009년 기준)에 달하는 임투세 공제액의 85% 이상은 대기업이 혜택을 누려왔다. 정부가 임투세 공제제도를 폐지하기로 한 것은 대기업은 주로 자동화 설비에 투자하기 때문에 고용 창출효과가 크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따라서 임투세 공제 대신 고용을 촉진할 수 있는 고용창출투자세액 공제로 바꿀 계획이다. 이는 지금처럼 시설 투자만 해서는 세금을 공제받을 수 없고, 여기에 더해 신규 고용까지 이뤄져야 세금을 공제해주는 제도다. 구체적으로는 전년 대비 1명을 추가로 고용할 때마다 1000만원(만 15~29세 청년은 1인당 1500만원)씩 세금을 공제해주겠다는 것이다.

기업은 이 제도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한 중소기업 사장은 "직원 1인당 1000만원 정도 지원을 받기 위해 그 몇 배나 되는 연봉을 주고 사람을 더 뽑을 기업은 한 곳도 없을 것"이라며 "사실상 감면 혜택이 사라지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체감 피해'는 중소기업이 커

중소기업들은 임투세 공제가 폐지될 경우 대기업보다 '체감 피해'는 더 크다고 불만을 표시한다. 예컨대 올해 15억원가량을 설비에 투자할 계획이던 한 회사가 내년 초로 투자 시점을 미뤘을 경우 올해라면 세금에서 투자액의 7%인 1억원 정도를 감면받을 수 있지만 내년부터 사람을 더 고용하지 않으면 한 푼도 받지 못한다. 종전대로 1억원의 감면 혜택을 받으려면 정규직 6~10명을 더 고용해야 하는데, 그러면 추가로 드는 인건비가 1억원이 넘어 배보다 배꼽이 커진다. 연 매출 200억원 정도인 서울의 한 기업체 사장은 "중소기업이 그 정도로 정규직을 늘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임투세 공제가 없으면 아무래도 투자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중소기업들은 "중소기업에 대한 감면과 대기업에 대한 감면을 단순 비교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중소기업연구원 신상철 연구위원은 "임투세 공제 혜택을 받는 기업의 89.9%가 중소기업"이라며 "중소기업이 다양한 제도로 감면받는 전체 금액의 70%를 차지할 정도로 임투세액 공제는 소중한 제도"라고 말했다.

◆내년도 기업 투자 위축 심화될 우려

임투세 폐지 방침이 정해진 이후 벌써부터 투자 위축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전경련이 최근 국회에 배포한 자료에 따르면 30대 기업의 내년 투자 계획을 알아본 결과 대기업들은 이미 내년도 투자액의 10% 정도를 올 연말로 앞당겨서 조기 집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내년 성장률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임투세 공제 폐지로 투자가 위축되면 성장률이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민간·국책 연구소 및 금융기관의 경제 전문가 2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8.2%가 "(임투세 공제 혜택이 사라지면) 기업 투자가 위축될 것"이라고 답했다.

조동근 명지대 교수는 지난 9일 국회에서 열린 임투세 관련 공청회에서 "대기업이 설비 투자를 해야 중소기업의 연쇄 투자 수요가 생겨난다"며 "대기업의 투자가 위축되면 그만큼 관련 중소 협력업체의 투자가 줄어 고용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수도권 비수도권 양극화 심화 우려

지방도 임투세 폐지를 우려한다. 현행 임투세 공제제도는 수도권 과밀 억제지역 이외의 지방 투자에 대해서만 감면 혜택을 준다. 이 제도가 폐지되면 지방에 대한 투자 유인이 사라져버리는 셈이다. 충남도 관계자는 "이미 수도권 지역 내 공장 신·증설 허용 등 '규제 완화' 조치로 수도권 기업의 지방이전이 큰 폭으로 감소하는 추세인데, 여기에 임투세 공제까지 폐지하면 기업의 지방 투자가 더 위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충남도에 따르면 2007년 1004개였던 신규 기업 이전이 올해는 11월까지 500개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전경련과 대한상공회의소 등 재계는 현행 제도를 유지하거나 수도권과 비수도권에 차별적으로 제도를 적용하는 방안 등을 제안하고 있다.

☞임시투자세액공제제도

정부가 한시적으로 기업의 투자자금 중 일정액을 소득세나 법인세에서 감면해주는 제도. 산출된 세액에서 감면해주기 때문에 직접 보조금을 주는 것과 같은 효과를 지닌다. 임시 제도였으나 1982년에 처음 도입된 이후 7년을 제외하고는 매년 적용돼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