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LG배 세계기왕전] 玉碎를 향해

〈제11보〉(140~158)=바둑에선 아무리 큰 차로 이겨도 야구의 콜드게임(called game) 같은 장치가 없다. 축구리그처럼 '골 득실차'니 '다득점 우선'이니 하는 것도 적용하지 않는다. 속칭 '만방'으로 이기나 딱 반 집만 이기나 똑같다 보니 대다수 프로들은 우세해지면 어느 시점부터 잔뜩 웅크린다. 하지만 형세와 무관하게 상대 도발을 끝까지 받아주는(?) 기사들도 있다. 조훈현 김희중 서능욱 최철한 등 파이터들이 이쪽으로 분류된다.

흑의 손이 ▲에 돌아와선 좌하 쪽 대마는 그냥 살아버렸다. 140으로 참고1도 1에 파호(破戶)해도 양패(兩覇) 형태. 그렇다고 참고2도 1로 치중해 봐도 2 다음 A와 B를 맞봐 대마는 무사하다. 146은 정수로 참고3도 1쪽에서 모는 것은 8까지 파탄이다.

157까지 일단락. '가'로 흑 5점을 잡을 여지를 남겼다는 게 백의 위안이지만 좌하귀에선 흑 4점을 완전히 제압한 것이 아니란 게 비극이다. 그러나 그쪽을 보강할 만큼 백은 여유가 없다. 고개를 내젓던 스위에, 결연한 손길로 우상귀 158로 손을 돌려 마지막 옥쇄의 길로 들어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