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자취] 도요안 신부… 한국에서 40년… 노동사목의 산증인

한국 천주교계 '노동사목의 산증인'인 도요안(73·미국명 존 트리솔리니) 신부가 22일 오후 3시쯤 서울 보문동 노동사목회관 사제관에서 선종했다.

살레시오회 소속 사제인 미국 출신의 도 신부는 1959년 신학생 때 광주광역시 살레시오고에서 3년간 영어교사를 맡으며 한국과 첫 인연을 맺었다. 1969년 사제로서 한국에 돌아온 그는 한국과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해 평생을 바쳤다. 그는 특히 1970년 전태일 분신사건 이듬해 김수환 추기경에게 지원을 호소해 서울대교구에 노동사목위원회를 설립하며 노동사목 분야를 개척했다. 유신정권 시절엔 가택연금을 당하고 "조심하라"는 협박도 받았지만 그는 굴하지 않았다. 도 신부는 1993년부터 신장암 2차례를 비롯해 척추암, 임파선암 등을 앓으면서도 '노동자 걱정'이 앞섰다. 2004년 척추암 수술 때는 혈액이 부족하다는 소식에 전국의 신부, 수녀, 의사들의 헌혈이 줄이어 하루 만에 수술에 필요한 혈액이 확보될 정도로 교계 내외의 신망을 얻었다.

작년 마지막 저서인 '가난한 이들은 늘 너희 곁에 있을 것이다'를 발간한 후 인터뷰에서 그는 "한국은 이제 부(富)의 즐거움에 지나치게 빠져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에서 '가난'에 관한 책을 썼다"고 말한 바 있다. 노동사목위원회 위원장 허윤진 신부는 "도 신부님은 마지막까지 책상 컴퓨터 앞에서 내년 노동사목위원회 40년사 원고를 집필하시던 모습으로 선종(善終)하셨다"고 밝혔다. 빈소는 서울 신길동 돈보스코센터에 마련됐으며 장례미사는 25일 오전 9시 서울 명동성당에서 열린다. (02)828-3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