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스토이 서거 100주년 기념하자" 후손·지식인 수백명 모여 추모행사

지난 20일은 세계적 문호 레프 톨스토이(1828~1910)의 서거 100주년 기념일이었다. 그가 숨을 거둔 모스크바 남부 시골역(驛)에서는 러시아와 외국에 사는 후손과 그를 따르는 지식인 등 수백명이 몰려들어 추모행사를 가졌다. 행사는 톨스토이가 여행했던 기차를 닮은 증기열차의 도착과 함께 시작됐다. 이어 인근 톨스토이 기념비에서의 헌화식, 톨스토이 교육문화센터 개관식, 톨스토이 문학포럼 등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러시아 정부 차원의 행사는 전무했다. TV에서는 특집방송도 하지 않았고, 주요 박물관에서도 변변한 기념전 하나 열리지 않았다. 이는 톨스토이가 러시아에서 극단주의자로 치부됐기 때문이다. 러시아 정교회는 아직도 톨스토이를 파문 중이다. 종교 부정이 화근이 돼 1901년 파문당했다. 정교회는 18일 성명에서도 "그가 파문을 자초했다"고 말했다. 문학평론가 파벨 바신스키는 "그는 1세기 전이나 이제나 여전히 불편한 인물"이라며 "그의 서거 100주년을 기념하려면 러시아의 지난 100년을 되돌아봐야 하는데, 이는 아무도 원치 않는 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톨스토이 박물관장인 증손자 블라디미르 톨스토이(48)는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할아버지가 정치색 없이 순수한 작가정신에서 인간적 고뇌와 감정을 소설을 통해 토해낸 것이 오늘까지 독자의 심금을 울린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해마다 할아버지 생일(9월 9일)과 기일이면 세계 각지에 흩어진 200여명 후손이 문학인들과 모여 추도한다"고 했다.

톨스토이는 '부활' '전쟁과 평화' '안나 카레니나' 등 많은 걸작을 남겼으며, 그의 사상은 간디와 미국 킹 목사의 비폭력 사상에도 영향을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