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저우 아시안게임] 승마 '이중생활' 김석

말 타고 장애물을 날렵하게 넘는 모습을 분명 사극(史劇)에서 본 듯했다. TV 드라마 '주몽'과 '선덕여왕'에서 인기를 끌었던 아역(兒役) 탤런트 김석(18)이 광저우 아시안게임 승마 국가대표로 21일 장애물 경기에 출전했다.

김석은 5살 때 자신감을 키우려 연기학원에 다니다 덜컥 영화 '넘버 3'에서 주인공 한석규의 아들 역할을 맡은 후 최고의 아역 탤런트가 됐다. 차 타고 강릉과 서울을 오가는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면서 문득 느낀 게 운동 부족이었다.

김석이 강릉 옥천초 1학년 때 부모가 결정한 게 집에서 10분 거리에서 즐길 수 있는 승마였다. 김석은 '선생 김봉두' '아홉살 인생' 같은 영화와 '서울 1945' '궁(宮)' 같은 드라마에 출연하는 내내 짬날 때마다 말을 탔다.

그런데 말 타는 솜씨가 연기 못지않았다. 초등학교 4~5학년 때 이미 중학생은 그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고교 시절까지 기계체조 강원도 대표를 지냈던 어머니 홍경민(46)씨의 운동신경을 물려받은 덕분이었다.

아버지 김기오(51)씨는 7년 전부터 아예 사업을 접고 '승마 대디'를 자원했다. 그때부터 김석의 '이중생활'이 시작됐다. 2006년 KBS 연기대상 청소년연기상을 받았을 때 그는 이미 학생 승마에서 국내 최고였다.

승마로 다져진 체력 덕분에 며칠간 밤샘 촬영을 해도 다른 배우들보다 쌩쌩했다. 김석은 "승마와 연기, 둘 다 너무 좋아서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지난 7월 국가대표에 선발된 뒤엔 캐스팅 제의를 모두 거절했다.

김석은 "내 스케줄 때문에 팀훈련에 지장을 주는 것도 싫었다"고 했다. 대회를 마친 김석의 표정은 편안했다. 결과는 단체전 5위, 개인전 예선 31위로 썩 만족스럽지는 않았지만, 또 다른 희망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승마 선진국으로 전지훈련을 가서 부족한 점을 보완하고 싶어요. 연기요? 승마한다고 연기 못 한다는 법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