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껴지십니까, 사자의 에너지

미국의 도자(陶磁)조각가 폴 샬레프(Paul Chaleff)의 작품 〈사자의 몫(Lion's share·사진)〉은 관람객으로부터 여러 가지 느낌을 끌어낸다. 아찔한 해안 절벽이 떠오르는가 하면 모든 것을 녹여낼 것 같은 뜨거운 마그마가 느껴진다. 이번 전시를 위해 한국을 찾은 작가는 "작품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사자가 상징하는 에너지와 행운·용맹 등 많은 것을 포함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작품 〈스플래시(Splash)〉는 파도의 역동적인 움직임과 함께 포말이 허공에 부서질 것 같다.

작품들은 약간 녹이 슨 듯, 푸른 이끼가 낀 듯 묘한 색감을 연출한다. 언뜻 보기에 쇠로 제작된 것 같지만 흙으로 빚어 가마에서 구워낸 도자 조각들이다. 흙이 안겨주는 원초적인 안정감이 작품에 배어 있으며, 거시적으로는 작품과 사람·지구가 연결돼 있다는 암시를 던지고 있다. 폴 샬레프는 다른 도예작가들이 접시나 차 주전자같이 실용적인 작품에 관심을 둘 때 공간을 추상적으로 표현하는 도예조각에 나서면서 두각을 나타냈다.

전시는 서울 종로구 가회동 서미갤러리에서 12월 9일까지 열린다. (02) 3675-82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