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LG배 세계기왕전] 恐怖의 펀치

〈총보〉(1~173)=최철한이 항우(項羽) 같은 힘으로 전투 바둑의 진수를 보여준 한 판. 173 이후 더 둔다면 참고1도인데, 6까지 우상귀도 살 길이 없다. 전국(全局)을 둘러보면 백에게 집다운 집은 오직 좌상귀 하나뿐이다. 계가를 한다면 대략 50집 이상은 족히 차이가 날 것이다.

백이 이토록 고전한 근본 원인은 92로 중앙 폐석을 움직여 스스로 백군(白軍) 전체의 운신에 부담을 준 것. 상대가 섣불리 움직였을 때 최철한이 지체 없이 본색을 드러내 상대를 침몰시켜가는 과정은 압권이었다. 이런 식으로 혼이 나고 나면 공포스러웠던 기억 때문에 다음에 만나도 맥을 추지 못하는 법이다.

백은 좌하 흑 대마를 괴롭힐 유일한 기회를 잡고도 이마저 날려버렸다. 138로 143에 단수쳤으면 패(覇)였다(138로 참고2도 1의 치중은 18 이후 A, B를 맞봐 산다). 전투력 외에 정밀성과 수 읽기에서도 둘의 기량 차이가 드러난 일국. 아무튼 최철한은 스위에와 3년 연속 LG배에서 만나 2승1패를 기록하게 됐다. 둘 간의 인연이 어떤 식으로 지속될지 주목된다. (173수 끝 흑 불계승, 소비시간 백 2시간 20분, 흑 2시간 45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