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공격당했다] ['분노의 국회' 정부 질타] "실컷 얻어맞고 난 다음에 무슨 단호한 대책이냐"

북한이 저지른 연평도 포격 도발의 불꽃이 24일 국회로 옮겨 붙었다. 여야 정치권은 이날 곳곳에서 북한을 규탄했지만, 이에 못지않게 우리측 대응 수위를 놓고 분노를 터뜨렸다. 지난 3월 천안함 사태 이후 "앞으로는 적극적으로 자위권을 발동하겠다"고 공언했던 정부가 8개월 만에 재발한 북한의 도발에 K-9 자주포 80발 응사(應射)로만 대응한 데 대한 성토였다.

국방장관 출신인 한나라당 김장수 의원은 이날 국회 국방위에서 우리 군의 초기대응과 관련, "K-9 자주포 사격에 그친 건 문제가 있다. 전투기로 북한 진지에 무자비한 타격을 가해야 했다"고 김태영 국방장관을 질타했다. 그는 "천안함 피격 때도 우리가 일체의 군사적 보복 타격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북한이 재도발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이라며 "북한이 또 도발하면 장관직을 걸고 전투기와 야포로 북한 진지를 불바다로 만들라"고 했다.

같은 당 유승민 의원은 "우리 전투기가 발진하고도 북 진지를 타격하지 못한 건 국군통수권자가 '확전을 자제하라'고 지시한 탓 아니냐. 군 통수권자가 확전을 두려워하니 못 때린 것"이라며 "상황이 다 끝나고 나서 말로만 응징해봐야 양치기 소년밖에 더 되겠느냐"고 말했다.

자유선진당 이진삼 의원도 "천안함 사건 때 보복했어야 했는데 우리 군이 말 잔치로 끝내는 바람에 북한이 우리의 전투의지를 무시하고 있다"고 했다. 민주당 서종표 의원은 "2차 포격 때는 전투기로 보복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김효재 의원은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에서 "북한은 6·25 이후 처음으로 우리 영토에 포격을 가함으로써 우리의 태도를 묻고 있다. 북한이 행동했고, 국군 장병이 전사했다. 말의 잔치는 필요 없다"면서 "상황이 이렇게 된 건 이명박 정부의 강경책 때문이 아니라 우리가 틈을 보였기 때문"이라고 했다.

노무현 정부 때 외교장관을 지낸 민주당 송민순 의원은 "연평도 사격훈련과 관련해 북한이 사전 경고를 했으면 우리 군은 정밀타격 능력을 갖추고 훈련했어야 했다"며 "북한이 우리에게 정밀타격 능력이 있다고 생각해야 (도발) 억제력이 생기는데 자주포밖에 없는 것을 아니까 도발하는 것 아니냐. 현재 우리 정부는 소리만 크고 대비 태세가 안 돼 있다"고 했다.

각 당 회의에서도 우리 군의 미온적 대처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한나라당 송광호 의원은 의원총회에서 "북한에서 포탄이 한 발이라도 날아오면 모든 화력을 동원해 초전박살 내야지 종치고 나서 무슨 단호한 대책이냐"고 했고, 차명진 의원은 "'또 도발하면 몇 배로 응징하겠다'고 대응한 우리 정부는 또 패전(敗戰)했다"고 했다.

자유선진당 이회창 대표는 당 지도부 회의에서 "군인과 민간인까지 무차별 살상한 전쟁 범죄행위에도 우리 군은 15분이나 늦게 응사하고 해군 함정과 공군 전투기가 현장에 출동해놓고는 반격에 가담하지도 않았다.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