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역 육군 대위' 조중건(대한항공 고문), 1억원 성금

"나라를 지키는 것은 입으로 하는 게 아닙니다. 힘을 갖춰야 합니다."

6·25전쟁 때 포병으로 참전했던 조중건(78·사진) 대한항공 고문이 24일 "대한민국 국방력을 강화하는 데 보태달라"며 조선일보에 성금 1억원을 기탁했다. 조 고문은 '6·25에 참전한 예비역 육군 대위 조중건'이란 이름으로 해달라고 당부했다.

조 고문은 "고등학교 3학년 때 전쟁이 나서 지하실에서 숨어 지내다 9·28 서울 수복 후에 미군부대 통역으로 평양에도 가봤다"며 "같은 민족을 무참히 죽였던 그놈들을 봤기 때문에 지금도 '빨갱이'라면 소름이 끼친다"고 말했다. 그는 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통역 장교(중위)로 임관해 육군포병학교에서 근무하다 이듬해 포병 장교로 전과(轉科)했다. 철원 포병부대에서 6·25 전투를 치렀고, 1955년 미국 유학을 위해 대위로 전역했다.

조 고문은 지난 23일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다가 TV로 북한의 연평도 포격 소식을 접했다고 했다. 그는 "천안함 사건이 불과 몇 달 전인데 또 이런 일이 생긴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며 "'군은 물론 대한민국 전체가 전쟁 불감증에 빠져 국방이 약해졌다'는 생각에 밤새 잠이 오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난 대한민국에 태어나서 많은 혜택을 받았는데 그러한 혜택을 다른 이들도 받을 수 있게 하려면 힘이 필요하다"며 "국방력이 있어야 민주주의도, 경제 발전도 가능한 게 아니냐"고 했다. 또 "힘들게 가꾸어 온 대한민국을 우물쭈물하다가 북에 줄 수는 없으니 전쟁과 근대화를 겪은 우리 세대가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조 고문은 이번 성금을 오로지 사재(私財)로 마련했다. 그는 "지금 내가 가진 게 많지는 않지만 그나마도 죽을 때 짊어지고 갈 것이 아니지 않으냐"며 "나부터 내 재산으로 성금을 내야 다른 돈 많은 사람들도 회사 재산이 아닌 개인 재산으로 참여하지 않겠느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