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 덕분에 우리가 있는 거죠"

25일 낮 서울 연세대학교 앞 '명물거리'의 갈비집 '형제갈비'. 식탁에 앉은 40~60대 남녀 60여명 앞으로 연세대 학생 7명이 나와 인사했다. 양다솜(19·국어국문 1년)씨는 편지를 꺼내 읽었다.

"사실 처음 입학하고 수업도 어렵고 공부 잘하는 친구들이 많아 힘들었습니다. 형편이 좋은 아이들을 이길 순 없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떨리는 목소리로 읽어가던 양씨가 "저 같은 학생들을 돕기 위해 힘을 모아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여러분이 자랑스러워하실 수 있는 인재가 되겠습니다"라고 했다. 식당 안에 박수가 터졌다.

이날 학생들 앞에 모인 사람들은 '연세대 신촌지역 후원회' 회원들이다. 연세대 주변에서 호프집·고기집·분식점·노래방·안경점 등을 운영하는 상인 133명이 만든 모임이다. 이들은 가게 벌이에 따라 한해 10만원에서 수백만원까지 회비를 낸다. 이 돈을 모아 형편이 어려운 연세대생들에게 장학금을 주고 있다. 1995년 결성된 이후 이날까지 16년간 모두 165명에게 장학금 1억9900만원을 전했다. 이날은 올해 걷은 장학금 2100만원을 학생 7명에게 1인당 300만원씩 전달하는 자리다.

연세대 앞에서 30년째 안경점을 운영하는 김대윤(68)씨는 "나도 여기서 장사해 아들을 연대 전기공학과에 보냈다"며 "매년 100만원씩 냈는데 올해는 장사가 잘 안 돼 50만원밖에 보태지 못해 미안하다"고 했다.

이날 모임 자리를 제공한 형제갈비 정승룡(47) 사장은 고려대(축산학과) 출신이다. 1972년부터 연세대 앞에서 갈비집을 운영한 정씨의 아버지(2000년 작고)가 '연세대 덕분에 우리가 있다'며 15년 전의 후원회 결성을 주도했다. 정씨는 "나는 고려대 출신이지만 아버지의 뜻을 이어 연대생들을 위한 장학금 후원을 계속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연세대 김한중(61) 총장도 참석했다. 김 총장은 "여러분의 도움을 받은 이 학생들이 앞으로 대한민국을 이끌어나갈 인재로 성장할 것"이라며 감사 인사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