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LG배 세계기왕전] 안갯속 上海

〈제1보〉(1~15)=11월 8일 오전 7시 상하이(上海). 숙소의 커튼을 열어젖히니 천지가 온통 희뿌옇다. 어둠은 분명 걷혔는데 한 치 앞도 식별이 안 된다. 지독한 농무(濃霧)였다. 창밖을 바라보며 3시간 뒤 시작될 준준결승 모습을 그려본다. 이번 우승컵은 어디로 향할까. 올해도 또 중국에 머물까. 아니면 3년 만에 '고국'땅을 찾을까. 살아남은 8명 중 한국 기사는 셋. 모든 것이 상하이의 아침 안개만큼이나 불확실하다. 칫솔을 찾아 입에 물며 '디데이'를 시작한다.

홀수를 맞힌 왕야오(王堯)의 흑번. 우상귀 화점에서 시작해 10까지 낯익은 수순이 노타임으로 주르륵 놓였다. 11의 굳힘은 왕야오가 줄기차게 사용하는 단골 수법. 여기서 이창호가 첫 장고에 들어가더니 예상대로 12로 끊는다. 절단 이후의 변화를 그렸다 지웠다 하는 데 무려 12분이 걸렸다.

백이 축(逐)이 불리할 경우엔 백14, 흑15로 타협하는 게 상식. 그러나 축이 안 돼도 좌하귀 10 방면에 백돌이 있으면 14로 '가'에 둘 수도 있다. 참고도가 하나의 예. 26까지 된 뒤 훗날 A로 좌변을 살리는 맛도 남아 흑이 좋다고 보고 백이 피했다. 여기서 백의 다음 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