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LG배 세계기왕전] 승부 呼吸

〈제5보〉(49~62)=대국 전날 열린 기자회견 때 한 중국기자가 이창호를 향해 "처음 만나는 상대에게 약했던 징크스가 있다. 내일 상대인 왕야오도 첫 대면인데 충분히 연구하고 왔는가"란 취지의 질문을 했다. 실제로 이창호는 산천초목을 떨게 하던 전성기 때도 '초면'인 외국 기사에게는 낮은 승률을 보여왔던 게 사실. 이창호는 "기보를 놓아본다 해도 (전력 탐색에) 한계가 있다. 부딪쳐 봐야 느낌이 온다"고 답변했다.

백△로 밀어온 점이 전보 마지막 수. 여기서 49가 정확했다. 참고도 1로 뻗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지만, 7까지 선수(先手)로 밀린 뒤 8을 허용하면 껍데기만 남는다. 50을 유인한 후 51로 끊어간 승부 호흡이 왕야오의 만만치 않은 실력을 말해준다. 51로 '가'에 막아가면 서로 쭉쭉 밀어 중앙에서 경계선을 이루게 되는데, 그 세력 분할은 흑보다 백이 좋다는 결론.

51이면 57까지는 절대의 수순이다. 58~61도 기민했다. 이 수순을 소홀히 하면 흑에게 먼저 60의 선수를 당하며 그 차이는 안팎으로 매우 크다. 62로 틀을 잡아 그런대로 백의 중원(中原)에서의 자세도 그럴듯해졌다. 여기까지가 오전 대국. 오찬(午餐) 휴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