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대출금 1조1262억원 전부 갚겠다"… GM대우, '시어머니' 産銀과 결별

GM대우가 1일 산업은행에서 빌린 돈 1조1262억원을 전부 갚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산업은행과 GM대우가 벌여온 'GM대우 장기 발전 방안' 협상에 큰 영향을 줄 예정이다. GM대우는 "대출금을 모두 갚았기 때문에 채권자인 산업은행과 더 이상 협의가 필요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산업은행은 "GM대우의 대출금 상환과 관계없이 GM대우의 장기 발전과 관련된 양측 협상은 계속되고 있으며, 조만간 협상 결과를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GM대우, 산은과 협상 중에 대출금 상환 발표

산업은행이 요구한 장기 발전 방안의 핵심은 ①GM이 GM대우가 갖고 있는 기술소유권을 한국 GM대우 쪽으로 이전해줄 것 ②최고재무책임자(CFO)의 외부 파견을 보장할 것 ③ GM대우의 장기적인 생산물량을 확보해줄 것 등이었다.

산은은 이런 조건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1조2000억원 규모의 GM대우 대출금을 회수하겠다며 GM 본사를 압박해 왔다. 산은은 올해 4월 8일로 만기 도래한 이 대출금을 1개월 단위로 연장해주면서 GM과 계속 협상해 왔다.

그러나 GM대우가 대출금을 모두 갚겠다고 발표함에 따라 이 같은 산업은행 요구사항은 '공염불'로 끝나게 됐다. 산업은행은 GM대우의 대출금 상환 발표를 미리 통보받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민유성 산은금융그룹 회장은 1일 오전 여의도 산업은행 본관에서 열린 그룹 기업이미지(CI) 선포식에서 "GM대우와의 협상이 큰 진전을 보였으며 기술 이전, 장기 생산물량 보장 등 2개 이슈의 해결만 남아 있다"고 말했다. 민 회장은 "이번에도 협상이 체결되지 않을 경우 대출금 회수 등 강제 수단을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GM대우는 민 회장 발언 직후인 낮 12시 20분쯤 대출금 전액 상환을 발표했다.

GM대우는 마치 시위라도 하듯 민 회장 발언을 단번에 무력화시키는 대출금 전액 상환 카드를 내놓았다. 산은 관계자에 따르면 GM대우의 발표시점에도 산은과 GM대우는 협상이 진행 중이었다.

◆산은, GM대우 견제장치 상실

GM대우 마이크 아카몬 사장은 이날 대출금 상환 결정과 관련, "채권자가 아닌 GM대우의 '제2대 주주'인 산업은행이 제기한 협의사항에 대해서는 계속 논의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산은은 GM대우 지분 17%를 갖고 있다. GM은 70.1%를 갖고 있다.

GM대우가 자신들이 선임한 이사진을 통해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산은이 견제할 방법이 없다. GM대우는 대출금을 갚은 후 산은이 보유한 17% 지분까지 사들이겠다고 밝혔다. 이에 산은이 크게 당황했으며 보유 지분 매각은 거부했다. 조현익 산은 기업금융본부 부행장은 "GM대우가 대출금을 모두 갚는다고 해서 협상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며 "협상이 마무리 단계이고, 수일 내 합의해서 공식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GM대우 "1조2000억원 상환해도 문제없을 만큼 많이 벌었다"

작년 초까지 유동성 위기가 심각했던 GM대우가 어떻게 1조2000억원을 마련했을까? GM대우의 한 고위 임원은 "회사에 자금 여유가 충분해졌다"고 설명했다. GM 본사에 따르면 GM은 당초 2013년쯤에 GM대우의 흑자 전환을 예상했다. 그러나 올해 한국 환율이 수출기업에 유리해지면서 예상을 3년 앞당겨 올해 흑자 전환을 하게 된 것이다. GM대우의 한 임원은 "올해 영업이익과 보유현금을 합치면 1조2000억원을 갚아도 운영에 전혀 문제 없다"고 말했다.

GM그룹은 전 세계적으로 외부 차입을 줄인다는 전략을 세워 계열사별로 실행 중이다. GM대우의 산은 대출금 상환도 같은 맥락이다. GM 본사 경영진은 연매출 10조원이 넘는 GM대우에 대해 산은이 1조원 수준의 대출금을 무기로 기술 이전이나 경영권 참여를 요구하는 것을 아주 못마땅하게 생각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 GM이 최근 미국 증시에 재상장한 뒤 8조원 이상의 현금이 유입된 것도 GM대우 대출금 상환의 큰 힘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