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대를 웃기고 울린 그 감독들…

이 6명의 감독이 찍은 영화를 합치면 무려 400여 편이다. 이들이 활약했던 1960~70년대는 소위 '비판적 관객'이 등장하기 전, 영화가 철저히 오락의 영역에 속했던 시절이었다. 1968, 69년에는 한 해 제작편수가 지금의 두세 배 수준인 200편가량. 감독의 예술관이 아니라 자신의 취향에 맞는 영화를 골라 보고 싶었던 대중 입장에서는, 그 시절이야말로 한국 영화의 화양연화(花樣年華)였는지도 모른다.

그 여섯 명 중 이형표 고영남 두 사람은 고인이 됐고, 김효천(75) 감독은 미국에 거주하고 있다고 했다. '울고 넘는 박달재'(1968) '남자 식모'(1968) 등 40여편의 코미디에서 당대 서민들의 애환을 유쾌하게 그려냈던 심우섭 감독은 이날 지팡이를 짚고 극장에 나와 "고맙다"는 인사를 연발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영화를 빨리 찍는 감독"으로 충무로에 정평이 난 남기남 감독은 "'찍자 남기남'보다 '뭘 남기남'이란 별명이 더 부드럽지 않느냐"는 농담으로 후배들을 또 한 번 웃겼다.

출간기념회에 이어 상영된 영화는 남기남 감독의 데뷔작 '내 딸아 울지 마라'(1972)였다. 3대에 걸친 기생 집안의 우여곡절을 그린 작품으로 김지미 태현실 정혜선의 젊은날을 볼 수 있는 멜로 드라마다. 남 감독은 상영에 앞서 "(심형래 주연의)'영구와 땡칠이'(1989)를 내 대표작으로 기억하지만, 이 작품을 통해 감독 남기남을 재평가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진지하게 말했다.

오래된 필름 탓에 스크린에는 비가 내렸다. 객석에는 이 영화를 찍었던 구중모, 녹음을 맡았던 강대성, 충무로 기획·제작자로 이름났던 김갑의, 정인엽·김정용 감독, 배우 이해룡, 최지희 등 원로 수십 명의 얼굴이 보였다. 남정욱 팀장은 "단순히 복고적인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상업영화를 한다는 이유로 관심에서 소외됐던 감독님들의 기록을 한국영화사에 남기는 작업이 되었으면 한다"고 했다. 충무로에는 이렇게 또 한 장의 보기 드문 단체사진 한 장이 추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