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LG배 세계기왕전] 世紀의 착각

〈제6보〉(63~75)=상하이(上海)에선 LG배가 열린 것은 이번이 세 번째. 세 번 모두 8강전(준준결승)이었다. 1997년 2회 때는 한국기사 5명 중 3명이 이겨 준결고지를 밟았고, 대거 6명이 나갔던 2003년 8회 때는 준결 4자리를 한국기사들이 독점했다. 중국이 4강을 석권한 올해와는 정반대였던 셈. 과거 상하이 대회 때의 화려했던 생중계와 시민들의 폭발적 관심, 북적이던 기자회견장 모습 등은 이제 아스라한 추억으로만 남았다.

오후 대국이 시작되자마자 왕야오는 63, 65로 중앙을 끊어온다. 단순히 68 자리에 지키는 것은 백에게 '가' 정도를 맞아 안 좋다고 봤다는 의미다. 바로 이 장면에서 백으로부터 '세기의 착각(錯覺)'이 등장한다. 천하의 이창호가 축(逐)을 착각한 것. 66으로 참고1도처럼 처리하지 않은 것도 같은 이유다.

축이란 75까지 된 장면에서 백 '나'로 모는 수단을 말한다. 폐석 ▲에 절묘하게 걸린다. 실수를 깨달은 이창호가 난감한 듯 고개를 떨어뜨린다. 참고2도 1 이하로 움직여봐도 10에 이르면 백은 헤어날 길이 없다. 진퇴양난. 때 이르게 찾아온 위기를 어떻게 탈출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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