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LG배 세계기왕전] 고정觀念

〈제7보〉(76~88)=81까지의 결과를 놓고 현지의 한·중 검토진은 "이창호의 사석(捨石)작전"이라고들 했다. 돌을 버리고 외곽을 싸발랐으니 결과적으로 틀린 표현은 아니지만, 치명적 착각으로 어쩔 수 없이 변신했다는 사실을 당시엔 아무도 몰랐다. 고정관념이란 이렇게 무서운 것이다. 왕야오 정도를 상대로 이창호가 설마 축(逐)을 착각했으리라곤 상상도 못한 것. 하긴 이창호의 무적 행진 시절 그가 어쩌다 한 판 패하면 "이창호가 져주었다"고 확신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82로 중앙에 말뚝을 박으니 일견 그럴 듯하다. '사석작전'설이 나온 배경이기도 하다. 그러나 왕야오는 7분여를 검토하더니 83으로 과감히 침투한다. 다시 84엔 85라는 과감한 역진(逆進)을 들고 나왔다. 허약한 하변의 △들을 가지고 흑을 차단할 수 있느냐는 메시지다.

훗날 내려진 결론이지만 82는 너무 깊었다. 한 발 늦춰 참고도 1 정도가 적절했으리란 것. 그때 2, 3을 교환한다면 흑도 운신이 편하지만은 않다. 다음 흑A면 백은 B나 C, D 등 옵션이 다양해진다. 공격을 보류하고 86으로 지키자 흑의 응수는 87. 하중앙의 주도권이 누구에게 있는지 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