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신 장세우씨의 어머니 강정자씨가 아들의 유지(遺志)를 받들어 땅을 기증하기로 했습니다."
80세 할머니가 먼저 세상을 뜬 아들이 남긴 10억원 상당의 땅을 서울시에 기부했다.
3일 서울시에 따르면, 아들 장씨가 경영하던 출판업체 '대원사'의 관리부장은 강정자(80)씨의 대리인 자격으로 최근 서울시를 찾아 이같이 기증 의사를 전하며 10억원 상당의 땅을 쾌척했다.
이번에 기증된 땅은 남산 자락에 있는 826㎡로, 한남테니스장 건너편 한남동 산 10―192번지 173㎡와 산 10―22번지 653㎡ 등 2필지다. 이 땅의 현재 공시지가는 2억9500만원이지만, 도로에서 가까워 실거래가는 10억원이 넘을 것이란 게 서울시 설명이다.
이번에 기증 결심을 한 강씨는 시아버지 때부터 시작된 기부와 사회공헌사업의 가풍을 이어받아 3대째 나눔 정신을 실천해 감동을 더했다.
강씨의 시아버지이자 동국제강 창업자인 고(故) 장경호씨는 장학재단인 대원정사를 설립하고 마포구 대한불교진흥원을 건립해 헌납하는 등 활발한 사회공헌활동을 벌였다. 또 강씨의 남편은 유엔(UN) 대표부 대사를 지냈던 고(故) 장상문씨로, 그 역시 생전에 장학재단 대원정사 이사장을 지내며 재산의 상당액을 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들 장씨도 출판업체 대원사를 경영하며 아버지에 이어 다양한 봉사활동을 펼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장씨는 지난 5월 지병으로 61세의 나이에 어머니 강씨보다 먼저 세상을 떠났다.
땅을 기증받은 서울시 관계자는 "강씨가 선행이 알려지는 것을 꺼려 얼굴 없는 기증자로 남고 싶어했다"며 "다만 기부서를 통해 '땅을 서울특별시에 조건 없이 기부하고자 한다'고 밝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