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학의 아버지' 피터 드러커를 한 권에 읽는다
어떻게 살 것인가
이재규 지음｜21세기북스｜320쪽｜1만8000원
"도스토옙스키는 '러시아 근대문학은 아버지 고골리와 어머니 푸시킨에게서 나왔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비유적으로 말하면 현대 경영학은 피터 드러커에게서 나왔다." 리엔지니어링 경영기법을 널리 유행시킨 미국 MIT대학 마이클 해머 교수가 피터 드러커(1909~2005·사진)의 업적을 칭송하면서 한 말이다.
드러커는 60여년에 걸친 긴 저술기간의 중간쯤에 해당하는 1973년에 그때까지 집필한 경영사상을 총결산하는 방대한 분량의 저서 '매니지먼트: 경영의 과업, 책임, 실제'를 발표했다. 많은 사람이 드러커를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라고 부르게 된 데는 기업의 경영자가 수행해야 할 과업을 백과사전식으로 접근한 이 책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신간 '어떻게 살 것인가'는 드러커의 일생과 저작들을 훑어보면서 보수주의 철학자 또는 정치학자로서의 드러커를 조명한 책이다. 대구대 경영학과 교수와 같은 대학 총장을 역임한 저자는 현재 한국드러커협회 대표를 맡고 있다. 1992년 드러커가 지은 '자본주의 이후의 사회'를 번역한 것을 계기로 그의 저작물 23권을 번역했고, 드러커가 타계하기 전까지 매년 만나 교류했다.
오스트리아 빈에서 태어난 드러커는 독일 함부르크대학 법학부를 거쳐 독일 프랑크푸르트대학에서 국제법과 공법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히틀러를 피해 런던으로 이주했다가 1937년 미국에 정착하면서 본격적인 저술활동에 들어가 뉴욕에서 일반 대중을 상대로 하는 최초의 저술 '경제인의 종말: 전체주의의 기원'(1939)을 출간했다. 드러커는 이 책에서 전체주의가 등장한 이유를 사회적·경제적 관점에서 분석했다. 자본주의 체제와 그에 대한 거부로 등장한 공산주의 체제, 양쪽 모두 목표로 내세운 '자유롭고 평등한 사회'를 달성하지 못하자 대중의 절망은 컸다. 드러커는 전쟁과 공황, 실업에 지친 대중이 "일자리와 의식주만 해결해주면 자유와 평등을 포기하겠다"며 체념하자 전체주의가 그 틈을 이용하여 '군국주의 경제'를 통한 완전고용을 제시하며 정권을 잡았다고 주장했다. 이 책이 출간된 뒤 6개월 후 스탈린은 히틀러와 동맹을 맺었다. 영국은 사악한 나치에 맞서 싸우기로 결정한 첫 국가가 되었고, 전시(戰時) 총리로 취임한 처칠은 '경제인의 종말'을 영국 사관생도들이 읽어야 할 필수 서적으로 선택했다.
1969년 드러커는 '단절의 시대'를 발표하면서 큰 호응을 받았다. 드러커는 이 책에서 "다양한 조직에 기초를 둔 새로운 다원주의가 등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요한 사회적 과제들이 모두 각각 그것을 전담하는 대규모 기관에 위탁되는 '조직들의 사회'가 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기업, 대학, 노동조합 등이 그런 조직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지식'이 새로운 자본 겸 경제의 핵심 자원으로 떠오르고 있다"면서 "조직을 경영하는 지식인들이 새로운 권력 중심이자 주요 노동력 집단으로 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식근로자(knowledge worker)'라는 표현이 처음 사용된 것도 이 책에서였다.
드러커는 자본주의 체제의 우월성 확보가 큰 관심사였다. 그는 '경영의 실제'(1954) 등 여러 저작물을 통해 자본주의 제도를 계속 유지하려면 경영자는 기업이 한 사회의 구성원이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경영자는 자유 경쟁에서 뒤처진 사람들에 대해 책임을 느껴야 하고, 반(反)기업 정서 및 반(反)부자 정서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드러커는 지식근로자는 개인적인 성공을 넘어 좀 더 나은 사회를 위해 공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1세기 지식경영'(1999)에서 그는 "지식근로자의 생산성에 관한 연구는 지식근로자 자신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하면서 시작해야 한다. 무엇이 당신의 과업인가? 그것은 무엇이어야만 하는가? 그리고 당신이 공헌해야만 하는 것은 무엇인가?"라고 말했다.
드러커 저작물의 내용 소개와 책 저자의 코멘트가 구분이 잘 안 되는 부분이 더러 있지만, 보수주의 사상가로서의 드러커를 보여주려고 한 의도가 돋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