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민의 평점 따윈 필요없어] 아웃레이지… 선혈 낭자한 순간, 등골 서늘한 쾌감

"일으키고 싶은 변화 그 자체가 되라"는 간디의 말을 인용하자면 기타노 다케시는 '일으키고 싶은 폭력 그 자체가 된' 남자다. 영화에서 기타노 다케시가 아우라(후광)처럼 몰고 다니는 억제된 긴장은 과잉된 폭력으로 폭발하는데, 끔찍하지만 우리는 그 선혈 낭자한 순간을 기다린다. '아웃레이지'는 그 반갑고도 두려운 기타노 표 폭력이 엔터테인먼트적으로 만개한 작품이다.

그러나 영화가 기타노 다케시한테만 집중하는 건 아니다. 꽤 많은 등장인물을 균등히 다루는데, 이유는 다들 그 못지않게 나쁜 놈들이기 때문이다. 일본 개봉 포스터의 문구처럼 '전원악인(全員惡人)'인 것이다. 영화는 이 '전원악인'인 야쿠자 조직의 구조조정과 조직개편을 매우 야쿠자스럽게 보여준다.

올해 칸영화제에서 지나친 폭력성으로 화제를 일으킨 전력답게 총 네 번의 손가락 절단과 기타 민감 부위의 신체 훼손이 심심할라치면 등장한다. 폭력의 수위가 높아질수록 배신과 복수의 당위성은 배가된다.

관동지방 최대조직 산노우회 소속의 오오토모(기타노 다케시)는 조직의 발전을 위해 충성을 다하나 보스의 간계로 버림받고 부하들도 모두 잃는다. 애인마저 잔인하게 살해당한 그에게 남은 선택은 자수뿐이다. 보스의 아지트로 비장하게 들어가 총알을 갈기는 식의 통쾌한 복수 따위는 없다. 이 처절한 야쿠자의 생존법을 보다 보면 처세술의 명저 '마피아 경영학'이 떠오른다. 마피아의 주요인사로 추정되는 익명의 저자가 쓴 이 책을 오오토모가 읽었다면 도움이 좀 됐으려나. 뱀굴에서 뱀을 꺼낼 때는 반드시 다른 사람의 손을 빌려라, 배신자에 대한 최상의 방어는 배신이다, 사람을 믿되 맹세는 믿지 마라. 책에는 야쿠자는 물론 조직의 쓴맛을 경험한 일반인도 읽으면 좋을 경구들이 많다. 야쿠자의 생리를 우리네 현실과 비교하는 것은 무리나 그 과장된 활극이 주는 교훈은 무시 못한다.

'아웃레이지'는 기타노 다케시 영화의 매력이 그 흉포한 폭력의 시간을 마주하는 데 있음을 새삼 일깨운다. 결말에 다가갈수록 시체는 쌓여가고 더 이상 폭력은 유희도 공포도 아니다. 폭력은 죽음과 싸울 수밖에 없는 우리 욕망의 거친 얼굴일 뿐이다.

결국 인간에게 남는 것은 죽음뿐이라는 자각은 기타노가 매번 선사하는 등골 서늘한 쾌감이다. 야쿠자 영화를 보며 "벚나무 아래 시체가 묻혀 있다"는 문구를 "파친코 기계 아래 시체가 묻혀 있다"고 바꿔 상상하게 만드는 능력의 소유자는 역시 기타노 다케시밖에 없다.

아웃레이지=감독 기타노 다케시. 출연 기타노 다케시, 가세 료, 시이나 기페이. 2일 개봉. 청소년 관람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