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LG배 세계기왕전] 끊긴 補給路

〈제8보〉(89~100)=8강전 전날 기자회견엔 이창호와 쿵제(孔杰) 두 명만 초대됐다. 10여일 뒤 시작될 아시안게임 전망을 묻는 질문에 쿵제는 이렇게 답했다. "한·중전이 결승이다. 중국은 훌륭한 선수들로 구성됐지만 꼭 이세돌을 이긴다고 자신할 수는 없다." 아무리 슬럼프에 빠졌다지만 바로 옆에 앉은 이창호를 무시하고(?) 이세돌만 거명한 것이다. 정작 아시안게임에선 이창호는 중국에 2연승했고, 쿵제도 이세돌과 연속으로 만나 두 판 모두 이겼다.

89는 절대 선수(先手). 손을 빼면 흑90, 백 '가', 흑 '나'가 있다. 간단한 문제 같지만 우변 백을 잡는 수순(手順)은 오직 이 한 가지뿐이다. 그래 놓고 91, 93으로 나와 끊었다. 마침내 올 것이 온 셈. 보급로가 차단된 하변 백돌의 생사 여부가 이 바둑의 승부로 좁혀졌다.

단순히 살기만 하자면 참고도 1, 3이면 가능한데 이때 흑이 4로 물러서서 받는 수가 좋아 5와 6이 맞보기다. 하중앙 백돌이 살아가도 위쪽이 이렇게 무너지면 어차피 집으로 흑을 못 당한다. 99까지 서로 끊겼지만 누가 봐도 백이 무리한 싸움. 백은 통째로 살아야 하고, 흑은 중앙을 살리면서 약간의 소득만 올리면 된다. 이창호가 괴로운 표정으로 100에 젖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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