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스승상] 시력잃은 개인적 아픔, 맹학교 후배 위한 열정으로 바꿔

'스승이 사라진 시대'라고 한다. 그래도 뜨거운 열정으로 학생들을 이끄는 진정한 스승들이 있다. 교육과학기술부와 조선일보사, 방일영문화재단이 공동 주최하는 '2010 올해의 스승상'에 선정된 교사들은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 공(公)교육에 희망과 해답을 던져주고 있었다.

여덟 번째를 맞는 올해의 스승상은 해마다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교(특수학교 포함)에서 학습방법 개선과 학생 지도에 특별한 노력을 쏟은 선생님을 선정해 시상하고 있다. 심사위원단은 교직생활 전반을 두루 평가해 14명의 수상자를 선정했다.

▲심사위원

정원식(심사위원장, 전 국무총리), 설동근(교과부 차관), 이규석(교과부 학교교육지원본부장), 남기석(부산컴퓨터과학고 교장, 한국중등교장협의회 회장), 박계화(서울 문정초 교장, 한국초등여교장협의회 회장), 홍준호(조선일보 편집국장), 이중식(방일영 문화재단 사무국장)


농촌학교 학력 올리기 헌신

강 교사는 전남 고흥군 섬마을 학교에서 교직을 시작한 이후 주로 교육 여건이 열악한 대전지역 외곽 농촌학교 학생들의 기초 학력 신장을 위해 힘썼다. 맞춤식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강 교사는 방과 후는 물론 주말이나 휴일에도 학교에 나와 담임을 맡은 6학년 7명 학생들과 일 대 일 수업을 하고 있다.

28년간 교직 경력의 강 교사가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인간을 존중하는 인재를 키우자'는 것이다.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 학업 지도 외에도 학생들의 생활 지도 상담까지 한 치의 빈틈도 없이 세심하고 꼼꼼하게 신경 쓰는 강 교사는 동료 교사와 학생들에게서 '든든한 큰언니 같은 선생님'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학생들의 친구이자 역할모델

시각 장애인 124명이 장애를 극복하고자 노력하는 대전맹학교. 김 교사는 이곳에서 '열혈 교사'로 이름이 높다. 김 교사의 열성에는 개인적 아픔이 녹아 있다.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떨어진 시력은 중학교 입학 무렵 사물을 간신히 구분할 정도로 악화됐다. 중학교 진학은 포기하고, 인쇄소 등에서 잡일을 하다가 마음을 다잡고 검정고시에 도전, 대전맹학교·대구대 특수교육과에 진학했다.

그러나 부모님이 갑자기 돌아가시면서 경제적 어려움에 부딪혔다. 주변 도움으로 학업을 마친 김 교사는 1997년부터 모교 대전맹학교에서 자신이 받았던 사랑을 학생들에게 나눠준다. 김 교사는 교사이기 이전에 학생의 친구이자 동료이며, 역할 모델이기도 하다.


수학·영재 교육 분야 독보적

"좋은 교사와 수업을 잘하는 교사는 양립하기 어렵다"고들 한다. 김 교사는 드물게 이 두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시키는 교사다.

수학 교육과 영재 교육에 관해서 김 교사는 전북에서 독보적이다. 전북초등학교수학교과연구회 '공통분모' 회장을 하며 수학 교육 자료 36종을 개발했고, 각종 영재 경진대회에 출전해 다수 수상 실적을 거뒀다.

또 아이들의 정서 함양을 위해 초임 때부터 학급 신문과 문집을 매년 발간하고, 다문화 가정 사랑 나누기 실천운동을 펼쳐 교육감상을 타기도 했다. 2001년부터 전주로 전근 와 '들꽃 사랑반'이라는 동아리를 조성, 매주 나무와 들꽃을 탐사하고 있다.


다문화 가정 아동 돌보기 앞장

2005년 전남지역 영어 교사들이 필리핀 이주 여성들에게서 영어를 배우는 스터디 그룹을 만들었다. 그러나 이야기를 나눌수록 생활 풍습과 문화가 다른 나라에서 그들이 겪는 어려움이 얼마나 큰지를 깨달았다.

문 교사는 이들에게 한글을 가르쳐 주자는 생각에 '순천외국인한글학교'를 만들었다. 한글뿐 아니라 문화·생활습관·예절, 시장에서 물건 사는 법까지 정보를 알려주고 한글 교재도 집필했다. 다문화 가정 학생 합창단 '짱뚱이와 두루미'를 만들고 다문화가정 아이들을 위한 캠프를 열었다.

문 교사는 원어민 교사와 함께하는 우리 유적 답사, 영어 교지 발간 등 활동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특기 적성 교육에 큰 성과

배 교사가 월계초에 처음 왔을 때 학부모들은 '나이가 많아 애들도 대충대충 가르치지 않을까'하고 걱정했다. 그 생각이 변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미술·음악 등 아이들 특기 적성 활동을 잘 지도해 상을 탔고, 과학 발명 지도도 열심히 해서 각종 대회에서 전국 1등과 장관상을 거머쥐었다. 후배 교사들과 함께 동화구연 자격증을 따고, 벽지를 이용한 두루마리 마인드맵 등 독창적인 교재 개발에도 열심이었다.

학생들 가정에도 세심한 관심을 기울여 다문화 가정 어머니를 영어보조교사로 취직시키고, 일주일에 두 번씩 국립나주병원에서 정신지체 및 발달장애 환자를 위한 강의도 하고 있다.


교사 가르치는 연구 수업 달인

올해의 스승상집행위에 응모된 서류를 보던 담당자는 각종 상장과 위촉장, 자격증이 가득 담긴 책 한 권 분량 자료를 보고 고개를 갸웃했다. "어떻게 한 사람이 이렇게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지?"

놀라운 이력의 주인공은 봉병탁 교사. 2003년부터 교내 과학 동아리 활동으로 전국·도 대회에서 우수 성적을 거뒀고, '무등산사랑 청소년 환경학교'를 조직(2003), 환경운동도 하고 있다.

지역 신문에 NIE 학습 연재 기사도 게재하고, 일선 교사들의 수업 컨설팅 활동을 맡아 수업을 위한 교과 연구, 각종 자료 개발에 힘써온 덕에 '연구 수업의 달인'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학교 기숙사서 살며 학생 돌봐

인구 5000명도 안 되는 작은 섬 고금도. 이곳 유일한 고교인 고금고가 올 3월 관심의 대상이 됐다. 2008년까지만 해도 과목당 기초 학력 미달자가 몇명씩 나오던 이곳이 '기초 학력 미달학생 0% '의 결실을 거두며 교과부 학업성취도 평가 우수학교로 뽑혔기 때문이다. 성공에는 양인 교사의 공이 컸다. 섬마을의 학력을 높이는 길은 '공교육'밖에 없다고 판단, 주말·명절도 반납하고 학생 지도에 힘썼다.

학생 각자가 학습 동기를 갖게 하고, 학습 부진학생은 대학생 선배 멘토와 연결해 올해 졸업생 22명 전원을 대학에 진학시키는 성과도 거뒀다. 양 교사는 학교 기숙사에서 생활하며 교무부장, 교감 대행, 기숙사 사감 역할까지 맡고 있다.


발명 분야 특성화 교육 앞장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시대에 학생들이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도록 도와주는 것은 교사의 당면 과제. 오 교사는 이러한 교육 여건에 맞게 '발명'이라는 분야를 특성화시켜 학생들의 전문 지식 향상에 힘썼다.

2003년 발명을 좋아하는 학생들을 모아 활발한 동아리 활동을 펼쳐 '대한민국인재상' 수상자를 배출했고, 2008년 국내 최초로 발명 특허 특성화고교로 지정됐다. 교사가 되기 전 산업현장에서 근무한 경험을 살려 발간한 발명·특허 도서 5권은 경기도교육청 인증을 받아 교재로 사용되고 있다.

학생들 개개인에게 맞는 맞춤형 발명 교육을 통해 카이스트 조기 입학전형, 서울대 1차 합격생 등을 배출했다.


특수아동 지도에 큰 열정

이 교사는 40년간 초등학교 교사로 외길을 걸어오며 남들이 꺼려하는 일을 도맡아 실천해 제자와 교사들로부터 존경과 신망을 얻고 있다.

학생 지도가 어려워 다른 교사들이 기피하는 초등학교 저학년 담임을 도맡아 갓 유치원을 졸업한 아이들에게 학습 동기를 부여하고 바른 심성을 갖도록 지도하는 데 힘썼다.

특히 특수아동 지도에 관심이 커서 정박아 지도자격증, 특수학교 초등2급 정교사 자격증을 취득, 특수교육연구학교의 특수학급을 담당하기도 했다.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던 제자(당시 초6)가 고3이 된 지금까지 7년 동안 이 교사 본인이 다니는 봉사활동에 함께 참여시켜 사회 적응 능력을 키우도록 해 화제가 됐다.


야학·헌혈… 평생 봉사활동

정 교사의 인생 모델은 헌신적인 교육자 페스탈로치. 그와 같은 삶을 살고자 교직생활 내내 봉사활동을 해 왔다.

대학 시절부터 12년간 야학 교사를 했고, 초임 교사 시절 학부형이 피가 모자라 치료를 못 받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반 학생들과 헌혈을 한 것을 계기로 55회나 헌혈해 적십자헌혈유공자 금장 수상자 표창도 받았다.

최근 가장 노력을 기울이는 분야는 진주시 다문화 가정 한국어 교실. 2007년 자원봉사 활동을 시작으로 2008년 2학기부터는 운영 전반을 책임지고 있다. 2002~2003년에는 진주·거제에 근무하면서도 밤마다 통영에서 야학 교사로 활동하기도 했다. 국어과 교사로 논술 지도도 탁월하다.


엄마처럼 소외 아동 챙겨줘

조 교사는 소외 아동들을 엄마처럼 따뜻하게 보살피는 선생님이다. 재직 중인 낙서초 결손 가정 3남매네 집을 매주 두 번씩 방문해 학습 지도를 해주는 것은 물론 아이들 목욕도 시키고, 머리도 깎아주며 엄마 역할을 하고 있다.

조 교사가 3남매를 알게 된 것은 전교생이 25명뿐인 낙서초로 발령받은 2008년. 늘 기가 죽어 있는 3남매가 안쓰러워 이듬해 담임을 자청했다. 담임을 맡은 뒤론 아이들을 집에 데려가 재우고, 3박4일간 등산을 가거나 도시 체험을 하는 등 많은 애정을 쏟았다. 아이들뿐 아니라 매달 노인복지시설·노인병원을 방문해 목욕 봉사활동 같은 따뜻한 사랑의 봉사활동을 펼쳐 왔다.


선행 쿠폰 만들어 봉사 권장

경기도 연성중학교 학생들은 선행을 할 때마다 쿠폰을 받는 재미가 쏠쏠하다. 하 교사가 선행 실적이 쌓이는 '그린 마일리지 사랑의 쿠폰'을 주기 때문이다.

학생 스스로가 동기를 갖도록 하는 하 교사의 교육 방식은 학습 분야에도 적용됐다. 도·농 복합지역 학교에 적합한 'ILA Project(Improvement of Learning Ability:스스로 공부해요)' 학습 능력 향상 프로그램을 개발한 것. 그 결과 학습 부진아가 감소하고, 전년 대비 학업성취도도 7.2% 향상됐다.

'내가 먼저 변하면 삶이 아름다워진다'는 신념을 가진 하 교사는 15년간 청소년적십자 지도 교사로서 봉사 활동에도 적극적이다.


무료 수학반 열어 꿈 키워줘

하 교사는 초임부터 지금까지 23년간 수학반을 운영하며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에게 무료로 수학을 가르치고 있다. 자신이 힘들게 공부해서 경제적 형편 때문에 공부하지 못하는 아픔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자신의 학교에 재학 중일 때는 학교에서, 졸업한 후에는 집이나 청소년 수련기관에서 꾸준히 학생들을 지도했다. 하 교사의 수학반에서는 서울대 등 명문대 진학생이 많이 나왔고, 사법고시 합격자도 5명이나 된다. 하 교사의 지도를 받은 아이들은 나중에 다시 수학반으로 돌아와 후배들을 가르치기도 한다. 학생 인성 교육에도 관심이 깊어 매일 평균 열댓 명 제자들에게 메일로 진로·고민 상담을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