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스승상 / 창원 팔룡중 박경윤 교사] "즐거운 학교 만들려고 웃음치료사 1급 땄죠"

"괴짜 샘(선생님)이 하나 왔다!" 올 3월 경남 창원시 팔룡중에 새로 전근 온 박경윤(朴敬允·44) 교사를 보고 학생들은 그렇게 말했다. 어느 날은 개량한복이나 작업복을 입다가 또 어느 날은 행커치프까지 꽂은 정장을 입고 나타나더니, 시도때도 없이 "아들, 일루 와"라며 학생들을 꼭 안아주기도 하는 그는 뭔가 특이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김기룡 교장은 박 교사가 오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인성교육부장(옛 학생부장)을 맡아달라"고 했다. 다섯 차례나 미술 개인전을 열 정도로 실력이 뛰어나지만, 도무지 '엄격함'과는 거리가 멀 듯한 이 교사를 위한 보직으로는 좀 의외였다. 무단결석, 대들기와 친구 괴롭히기를 밥 먹듯이 하는 유명한 3학년 말썽꾸러기 10여명도 지도해야 했다.

◆행복한 학교를 위한 '웃음치료사'

1991년, 청운의 뜻을 품고 경남의 한 실업계 고교로 첫 교사 발령을 받은 20대 청년 박경윤은 탄식했다. 특별한 목표도 없이 고향을 떠나와 하루하루 사는 아이들이 이렇게 많을 줄은 몰랐다. 그는 자청해서 기숙사 부사감으로 들어가 학생들의 생활을 관찰했다.

"미술교육도 좋지만, 우선 삶의 즐거움부터 깨닫도록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방학을 모두 쏟아붓다시피 하며 자격증 취득에 몰두한 것도 아이들과의 '즐거운 소통'을 위해서였다. 레크리에이션 자격증, 전문상담교사 자격증, 리더십지도자 자격증, 여기까지는 대체로 고개를 끄덕거리던 사람들도 올해 초에 딴 '웃음치료사 1급 자격증' 얘기를 듣고는 입을 벌리기 일쑤였다.

그럴 필요까지 있느냐는 사람들에게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인생의 절반은 직장생활입니다. 학교에서 학생들이 즐겁지 않은데 교사인 제가 어떻게 행복해질 수 있겠습니까? 반대로 제가 즐거워야 아이들도 행복해지죠."

담임 맡은 학생 전원 초상화 그려주기, 경찰서 1박 2일 캠프, 장애우를 한 반에 모은 통합학급 담임 자청…. 이 같은 그의 교육 리더십이 점차 지역사회에 알려질 무렵, 박 교사는 팔룡중에 부임했다.

◆"아이들은 학교로부터 인정받고 싶어해요"

팔룡중의 골칫덩이 아이들을 떠맡게 된 박 교사는 뜻밖의 아이디어를 냈다. 말썽꾸러기들을 총학생회 간부 학생들과 일촌(가까운 친구) 관계를 맺게 해 '형제팀'을 만든 것이다.

총학생회 아이들은 공부를 도와줬고, 지난해까지 말썽만 부리던 아이들은 총학생회 행사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맡게 됐다. 교통안전, 학교폭력 추방, 금연 캠페인 같은 행사는 곧 이들의 주요 무대가 됐다.

이렇게 학생들을 특별 관리하는 동안 박 교사는 아이들이 정말로 바라는 게 무엇인지 깨닫게 됐다. 그것은 '학교로부터 중요한 학생이라고 인정받는 소속감'이었다. 5월이 되자 축구경기와 스승의 날 이벤트를 거치며 아이들은 동질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이제 박 교사가 내심 준비해 오던 활동의 막이 올랐다. 무척이나 덥던 6월 중순, 그는 이런 말을 꺼냈다. "너희들, 등하굣길에 있는 초등학교 담장이 너무 더럽다는 생각이 안 드니?" 두 학교 교장의 허락을 얻어 가로 50m, 세로 3.5m 크기의 벽면에 사계절을 나타내는 대형 벽화를 그리기로 한 것이다. 형제팀 전원을 포함한 학생 20여명이 토요일 하루를 잡아 일제히 그림 그리기에 뛰어들었다.

"선생님, 이건 너무 넓어요!" 아침 여덟 시부터 시작한 작업은 해가 저물도록 끝나지 않았다. 모두들 체육복이 땀에 푹 젖을 정도로 지쳐 있을 무렵 성원이 답지했다. 교장 선생님은 자장면, 교감 선생님은 수박, 다른 선생님과 학부모들은 아이스크림…. 아이들의 얼굴에 드디어 환한 웃음꽃이 피었다.

"세상에 쉬운 일은 없지만 여럿이 같이 하면 어려운 일도 못 할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3학년 정재우군) 저녁 아홉 시, 마침내 벽화는 완성됐다.

지금 팔룡중은 학교 전체가 갤러리다. 박 교사 특유의 '즐거움 교육'이 낳은 산물들이 이 학교 미술실에서 아이들의 손에 의해 쏟아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 즐거움이야말로 아이들에게 자긍심과 정체성을 되찾아주는 도구라고 박 교사는 확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