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III] [이슈 앤 현장]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폭넓은 강연 행보

여당의 대권 후보로 꼽히는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장소와 매체를 불문한 '강연 활동'으로 점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김 지사는 지난 1일 오후 5시 경남 진주 경상대학교에서 교직원과 학생 500여명을 대상으로 '대한민국을 사랑합시다'라는 주제로 특강을 했다.

이날 특강은 김 지사가 수도권이 아닌 지역으로 '영역'을 넓힌 것이라 주목을 받았다. 이날 김 지사는 특강으로 바쁜 하루를 보냈다. 오전에는 불교방송 라디오 인터뷰와 의정부 경기도2청 직원 월례조회 일정을 소화했다. 이어 서울 한양대로 이동해 언론대학원생 및 KBS 고위직 양성 교육과정생 50여명을 대상으로 특강을 하고, 경상대로 이동한 것이다.

김 지사는 7일 오후에는 부산으로 간다. 부산대학교에서의 특강이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경기도 최우영 대변인은 "도지사 특강은 대학들의 간절한 요청에 따른 것"이라며 "올해 비수도권 지역에서의 특강은 부산이 마지막"이라고 말했다. 김 지사는 내년에도 특강 요청이 들어온 곳 중 몇 군데를 골라 지방 강연을 이어갈 전망이다.

◆특강에서는 "대통령 되고 싶다"

김 지사는 1일 한양대 특강에서 "경기지사는 죽든지 바뀌는 게 아니면 (언론에) 잘 안 나온다" "저 같은 경우는 TV에서 가끔 조금씩 비춰주는데 사실 머리 빼고 꽁지 빼고 나온다"고 말하는 등 그동안 도지사를 맡으면서 활동하는 것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지 않는 것에 아쉬움을 종종 표현해왔다. 권력이 중앙에 거의 다 집중돼 있어 서울과 인접한 경기도라고 해도 관심을 받는 일이 적다는 것이다.

그래서 김 지사는 비교적 주목도가 높은 외부 특강에서는 도내 현안이나 문제 그리고 국정운영에 대해 솔직하게 말을 하는 편이다.

지난 11월 1일 수원 아주대에서 열린 '토크 콘서트' 행사에 출연한 김 지사는 "Do you wanna be a president?(대통령이 되고 싶은가요?)"라는 학생의 영어 질문에 주저 없이 "Yes"라고 답해 관심을 모았다. 김 지사가 여당의 대권 후보로 손꼽혀 온 것은 사실이지만, 그동안 대권 도전 의사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회피해 왔기 때문이다.

지난 11월 2일 서울대 특강에서는 한국 젊은이들의 우수성을 강조하면서 "노래도 하는 걸 보면 소녀시대가 (아시아를) 휩쓸고 있다. 내가 봐도 잘생기고 쭉쭉빵빵이다"라고 표현한 것이 구설에 휘말리는 해프닝도 있었다.

◆이슈에 맞춘 특강 내용

김 지사의 특강은 매번 내용이 비슷한 듯하면서도 조금씩 다른 것이 특징이다. 당시 이슈가 되는 내용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강하게 피력하는 편이다. 최근에는 북한의 3대 세습, 연평도 피격 사건 등이 연달아 일어나자 이에 대한 생각을 거침없이 쏟아내고 있다. 연평도 피격 사건에 대해서는 "평화는 공짜로 얻어지지 않는다. 겁을 내니까 '밥'이 되는 것 아니냐" "북의 도발에 10배 이상 강력한 대응을 해야 한다" 등 강경발언을 내고 있다.

미국·중국·EU와의 FTA(자유무역협정), GTX(수도권 광역급행철도) 건설의 당위성, 경기도 지역에 대한 각종 규제 철폐, 이승만 대통령이 대한민국 건국자로서 국민에게 제대로 인식되지 못하고 있는 것 등에 대한 내용은 김 지사가 매번 특강에서 빼놓지 않고 강조하는 것들이다. 김 지사는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발언도 서슴지 않아 종종 주목을 받는다. 그는 지난달 22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대한민국 건국의 재조명'이란 주제로 열린 대한민국건국회 초청 강연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세계적으로 도시계획을 잘하는 사람인데, 도로·철도·직장도 없는 (자급자족기능이 없는) 도시를 계속 만들면 어떻게 하느냐고 직언을 했다며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도정 소홀' 지적… "당연한 활동"

일부에서는 김 지사가 외부 강연활동을 활발히 하면서 도정 운영에 소홀하고 국정 운영에 대해서만 목소리를 높인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경기도측은 특강도 경기도를 알리는 활동의 일환이며, 도지사로서 당연히 말해야 하는 내용이라는 입장이다.

김 지사는 지난 10월 11일 서울 세종호텔에서 세종대 총장, 세종연구원 이사장 등 100여명을 상대로 한 특강에서 "제가 고3 때 3선개헌 반대를 하다 무기정학을 받았다"며 "고등학교 학생도 그런 생각을 해야 하는데 적어도 대한민국 최대 자치단체인 경기도지사로서 이 나라가 어디로 가는지 생각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무지막지한 경제·군사력을 행사하는 중국 앞에 남북의 관계가 어떻게 될지를 고민 안 하는 지식인·지도자가 과연 지식인·지도자인가"라며 "집권여당에 대통령이 있고, 경기도지사·서울시장이 다 한나라당인데 리더십이 있고 공부를 하는가"라고 강조했다. 김 지사의 특강 주제는 '대한민국의 미래와 경기도' '대한민국을 바로 세우자' '대한민국을 사랑합시다'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