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LG배 세계기왕전] 이창호 프리미엄

〈제9보〉(101~114)=전성기 때의 이창호는 워낙 막강해 '다 진 판'마저도 이기곤 했다. 어쩌다 형세를 유리하게 이끈 상대들조차 흥분을 못 가누고 제풀에 역전패했기 때문.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존재했던 이 현상을 사람들은 '이창호 프리미엄'이라고 불렀다. 특히 귀신에 홀린 듯 이창호에게 승리를 내주고 땅을 쳤던 중국의 영웅호걸들은 얼마나 많았던가.

왕야오(27)는 이창호의 위명(威名)을 귀가 아프게 들으며 성장했을 세대다. 게다가 그 '신화'와 처음 대면하는 자리다. '이창호 프리미엄'을 기대할 만도 한데, 그러나 왕야오의 운석(運石)은 오히려 갈수록 정확하고 예리해져 간다. 101은 안형(眼形)의 급소. 이창호의 다음 수가 놓이는 데는 물경 33분30초가 걸렸다. 그만큼 난국(難局)이란 얘기.

105로 참고도 1이면 백 대마의 일부가 살아간다. 107자리가 급소다. 108에 붙여 계속 집요하게 수를 모색해 오자 왕야오도 16분의 숙고 끝에 109로 보강했다. 그러자 이창호는 빠른 손길로 110, 112를 거쳐 114로 끊어간다. 칠흑 어둠 속에서 한 줄기 빛이 보이는 것도 같다. 마침내 이창호 프리미엄이 실현되는 것일까. 침묵에 휩싸였던 현지 검토실 내 한국 기사들의 손길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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