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으로 은퇴한 투수 손혁, 한국 최초 투구교본 펴내… "이 책대로만 했다면 오래 던졌을 텐데"

메이저리거 박찬호의 공주고 시절 동료 선수. 프로골퍼 한희원의 남편. 전 프로야구 선수 손혁(37)씨를 수식해온 말이다.

하지만 그도 야구를 꽤 잘했다. 고교 시절 박찬호보다 볼은 빠르지 않았지만 제구력과 두뇌 피칭을 바탕으로 팀의 에이스 역할을 했고, 고려대에 스카우트됐다. 1996년 프로야구 LG에 입단한 뒤엔 1998년과 1999년 2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따내며 이름을 알렸다. 통산 성적 36승31패에 평균 자책점 4.07. 하지만 부상으로 두 차례 수술을 받고는 2004년 은퇴해야 했다.

그가 국내 야구인이 쓴 최초의 투수 교본인 '새로운 세대를 위한 투수 교과서'를 7일 발간했다. 야구팬과 선수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다양한 사진 자료까지 수록했다. 책의 부제는 '마흔 살까지 시속 150㎞를 던지는 메이저리거들의 비결'이라고 붙였다.

기본적으로 한국이 아닌 미국 메이저리그의 지식을 담았다. 그리고 부상을 방지하면서 투수로서 오랫동안 선수생활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손혁씨는 은퇴 3년 후인 2007년부터 미국의 유명한 투수 이론가인 톰 하우스가 만든 전국투구협회(National Pitching Association)에서 공부하며 투수 지도 이론을 쌓았다.

"정확한 설명 없이 주입식 교육이 대부분인 한국과 달리 미국에서는 선수별 특성에 맞는 맞춤식 교육이 잘 이뤄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선수의 투구 자세를 3차원 입체 영상으로 분석해 부상의 주원인을 찾고 교정해주는 식이죠."

그는 특히 투수 부상 발생의 원인과 재활 방법에 신경을 많이 썼다. 그 스스로가 부상 때문에 선수생활을 오래하지 못한 채 물러난 아픔을 가졌기 때문이다. "지금도 TV를 보면 야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참 아쉽죠. 제가 이 책에서 쓴 대로만 던졌다면 다치지 않고 오래 던질 수 있었을 테니까요."

그는 국내 야구인 가운데 최고의 피칭 폼을 가진 선수로 선동열 삼성 감독을 꼽았다. 근력과 유연성이 탁월해 공의 위력이 좋고 부상도 잘 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손혁씨의 투수 교본은 영어 및 일어로도 번역돼 발간될 예정이다. 그동안 일본이나 미국 책을 번역한 것은 꽤 있었지만 우리 책은 한 권도 없었다.

"골프요? 그건 그저 그래요. 프로골퍼인 아내를 따라다니다 보니 보는 눈은 70대인데 연습에 투자할 시간이 없어서 실제 실력은 80대 후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