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삼성 미래전략실 누가 움직이나

삼성그룹의 새 컨트롤타워 조직 '미래전략실'은 누가 이끌고 어떻게 운영되나.

삼성은 지난 3일 2년 7개월여 만에 부활하는 그룹 컨트롤 타워 조직의 명칭을 '미래전략실'로 정하고, 경영지원팀·전략1팀·전략2팀·커뮤니케이션팀·인사지원팀·경영진단팀 6개 팀으로 된 조직 구성안을 발표했다. 김순택 미래전략실장 부회장 밑에 전용배 전무, 이상훈 사장, 김명수 전무, 장충기 사장, 정유성 부사장, 이영호 전무 등 6명의 임원이 포진했다.

◆미래전략실, 누가 이끄나

경영지원팀은 이건희 회장 일가의 지분 관리와 주총, 이사회 관리 등 관재 업무를 담당한다. 과거 재무팀에 해당한다. 전용배 팀장은 1997년 삼성생명 전략기획실 담당 과장으로 재무 능력을 인정받았고, 2000년 일찍부터 구조조정본부로 자리를 옮겼다. 과거 구조본 시절부터 주로 관재 쪽 일을 맡았기 때문에 '삼성특검' 당시 여러 차례 특검 조사도 받았다. 동기들보다 승진이 4~5년 이상 빠르다.

전략1·2팀은 계열사들을 챙긴다. 전략1팀이 삼성전자와 전자 관련 계열사의 업무조율·사업지원을 담당하고, 전략2팀은 전자 계열사를 제외한 금융·화학·서비스 관련 계열사들을 맡는다.

이상훈 전략1팀장은 2004년~06년 구조본 재무팀, 2006년~08년 전략기획실 전략지원팀에서 전자 관련 계열사 운영 담당 임원으로 일했다. 2008년 6월 전략기획실 해체 이후 삼성전자 사업지원팀장으로서 전자 관련 계열사들의 업무를 조정해왔다. 2008년 삼성전자의 OLED팀과 삼성SDI의 OLED사업부를 떼내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를 만들 때 그가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팀장은 이학수 삼성물산 고문, 김인주 삼성카드 고문 및 최광해 전 전략기획실 부사장 등 정통 재무라인이 그룹 일선에서 퇴진한 뒤, 남아 있는 재무라인의 선두주자로 꼽힌다.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의 해외출장길에 동반하는 등 신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전략2팀은 비(非)전자 계열사들의 업무 지원을 맡는다. 김명수 팀장은 1994년 삼성전자 경영지원그룹 담당부장을 맡은 이래 줄곧 전자에서 경력을 쌓았다. 전자에서만 경력을 쌓은 그가 그룹에서 비(非)전자 계열사들을 맡게 된 것은 이례적이다. 김 팀장은 삼성전자의 8개 사업부를 조율한 경험의 폭을 넓혀 이제 비전자 계열사 간 조율 업무를 맡게 된다.

인사지원팀은 계열사 인사를 그룹 차원에서 조율한다. 정유성 팀장은 1993년 삼성전자 인사팀으로 들어와 2007년에 전략기획실로 옮겼다. '실력위주 인사'가 소신이며, 계열사 시절 자격증을 중시하는 스타일이었다고 한다. 자신은 품질관리기사 1급 자격증을 갖고 있다.

경영진단팀은 감사 업무를 담당한다. 이영호 팀장은 2000년~05년 김순택 실장이 삼성SDI 대표이던 시절 아래에서 감사팀장으로 보좌해 인연이 깊다. 각 계열사 네트워크가 튼튼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2006년 구조본으로 옮겼다.

커뮤니케이션팀은 홍보와 기획 등을 맡는다. 장충기 팀장은 과거 삼성물산 시절부터 그룹 내 핵심 기획 전문가로 통한다. 냉정하고 차분한 판단력의 소유자로 정평이 나있다.

◆김순택 미래전략실, 어떻게 바뀔까

미래전략실은 전략기획실의 '부활'이라는 지적을 받는다. 우선 김명수 팀장을 제외하면 팀장들이 모두 과거 구조본이나 전략기획실 출신이다. 또 조직도 똑같다. 옛 구조본과 전략기획실에 재무·인사·경영진단(감사)·기획홍보 기능이 있었는데, 이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예전에는 재무팀 내에 관재 담당, 전자계열사 담당, 비전자계열사 담당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오히려 각각 별도의 팀으로 독립하며 오히려 확대됐다. "미래전략실이 이름만 바꾸어 달았을 뿐 예전처럼 계열사 위에 군림하는 '관리 체제'를 그대로 유지했다"는 비판도 이 때문에 나온다.

하지만 삼성측은 "조직은 비슷할지라도 운영은 전혀 다를 것"이라며 "시대와 환경, 사람이 바뀌었는데 과거처럼 그룹 조직이 계열사를 이끌어가는 것은 가능하지도 적합하지도 않다"고 주장한다. 이인용 커뮤니케이션팀 부사장은 "계열사들의 시너지와 효율을 높이고 지원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순택 실장이 조직 출범 직후 사내 인트라넷에 "앞서 이끌기보다 같이 손잡고 고민하겠다"고 인사말을 올린 것도 그런 변화를 보여준다는 것이다.